세상은 늘 탁하다.
옛날과 지금이 무어 다를까? 명리에 물든 사람들은 한 순간도 움켜진 손을 펴지 않는다.
한 번 만 손을 펴면 움켜진 손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 수 있을 텐데….
늦가을, 아직은 따뜻한 햇살이 은혜로운데 자꾸 싸늘해지는 바람따라 시름도 쌓여만 간다.
오늘은 창녕 우포늪이다.
시끄러운 세상과는 단절된 듯한 별천지다.
쌓인 시름을 잠시 씻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늪은 하염없이 고요하다.
가끔씩 들리는 기러기의 울음 소리와 얕은 바람에도 마냥 쓰러지는 갈대 소리도 고요함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우포늪이 억겁의 시간을 인내한 덕에 모든 생명붙이들을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40여종이 넘는 철새들과 곤충, 다양한 민물고기와 버들·가시연 등의 식물들까지 모두 부산하지만 모두가 자연인 까닭에 우포늪은 언제나 고요하다.
우포늪은 인간의 때묻은 손길이 닿아서는 안될 '고결한' 곳이지만 몇몇 초대받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삶의 터전이다.
이곳에서 25년째 고무대야를 매고 맨몸으로 물고기를 잡고 있는 임봉순(53·여)씨에게는 더더욱 그러하다.
임씨는 "예전에는 나 같은 아낙네가 꽤 있었는데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바뀌고 난 다음에는 거의 없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져 별로 안 잡히고 고생만 한다"고 삶의 고달픔을 전했다.
임씨 뿐 아니라 매일 나룻배에 몸을 싣고 낚시를 하는 지역민들도 우포늪의 일부다.
한 귀퉁이지만 늪과 늪을 찾는 동식물과 함께 살아간다.
붉은 기운의 노을이 내려 앉은 우포늪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포늪은 하루가 아니라 1년 사계절을 다른 색깔로 치장을 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이곳을 제발 좀 지켜달라는 항변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11월, 이미 모여들기 시작한 겨울철새들의 모습이 눈안에 가득찬다.
사람들은 우포늪을 찾을 때 주로 창녕IC에서 회룡을 지나 세진리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이용한다.
그러나 1080번 지방도를 타고 우만에서 들어가거나 20번 국도를 타고 승계에서 들어가면 좀 더 넓고, 익히 알지 못한 우포늪의 다른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우포늪에 관한 모든 여행 문의는 '푸른 우포 사람들'(055-532-8989)에 하면 된다.
푸른 우포 사람들은 우포늪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사단법인이다.
글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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