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협력없는 지역정치권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10일 "박정희 기념관 건립 사업 추진위원회에 이미 투입된 사업비의 회수 절차가 이미 진행됐다"고 밝힌 점을 보면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전 정권이 앞장서서 추진했던 사업을 현 정권이 앞장서 무산시키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참여 정부의 비관적 시각도 주요했지만 이를 막아보려는 지역 의원들의 태도 또한 '한몫'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던 지역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각자의 주장을 중구난방 식으로 개진해 언론 홍보하는 데만 열을 올렸고, 해당 상임위인 행자위 소속 의원들은 먼산 바라보듯 손을 놓아버리는 등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연출한 것.

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어느 때보다도 한목소리를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되는 공동체 의식을 너무 쉽게 간과해 버린 것이다.

기념관 건립 사업의 구미 유치 추진에 대해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과 이인기 의원은 각각 경북 구미, 서울 상암동 유치를 주장했다.

각자 생각하는 바가 틀리고 그 주장에 따른 당위성도 있지만 두 사람이 한번쯤은 만나 의견 조정을 시도했더라면 절충안을 내놓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의원은 내심 '이 사업만은 내가 유치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일을 맞아 다시 공론화시키는 주체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때문인지 무조건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는 데 열을 올렸을 뿐이다.

또 이 때문에 이를 전달한 지역 신문들은 하루는 구미 유치를, 하루는 서울 상암동 유치를 시사하는 혼란스런 보도를 하게 됐고 정부는 이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을 것이 뻔하다.

지역의 행자위 소속 의원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자신의 생각이 어떻건 간에 지역이 원하고 있는 기념관 사업을 먼 발치에서 팔짱끼고 구경만 했다.

"대구·경북 이라고 하면 무조건 보수·꼴통 소리를 듣고 있다.

초선의원들도 도매금으로 넘어가기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던 이명규 의원은 기념관 사업에 선뜻 개입해 정치적 부담이 느껴질 것을 우려했고, 권오을 의원은 사업 자체에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들은 이 같은 지역 정치권의 '따로국밥'식 기념관 건립 사업 추진 활동을 지켜보면서 "안될 줄 알았다"며 혀를 찬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이번 사업의 무산이 아니라 앞으로 수많은 지역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지역 정치권이 모래알식 정치력을 계속 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번 사업이 타산지석이 돼 지역 정치권의 협력하는 자세에 변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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