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1880~1918

스티븐 컨 지음/박성관 옮김/휴머니스트 펴냄

1880년부터 1918년까지 38년간, 서구사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1차 세계대전 직전 이 시기는 서구사회에서 벨 에포크(Bel1e epoque), 즉 좋았던 시절이라 불리며 자본주의를 비롯해 사회·문화·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왜 그 직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걸까.

저자 스티븐 컨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38년간 서구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을 끄집어내어 서로 섞어놓는다.

이 속에서 이 시기 과학기술과 문화에 발생한 여러 가지 변화를 포착해냈다.

이를 찾아나가는 저자의 서술 방식은 독특하다.

예를 들자면 타이타닉 호의 침몰과 니체의 철학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나가는 식이다.

얼핏 보기에 관련이 없어보이는 이 두 가지 사이에 위치하는 무선과 전화, 시간적으로 두터워진 현재, 니체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긍정적 평가까지 나열하다보면 당대인들이 경험한 '현재'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저자가 38년간을 설명하기 위해서 당대의 문학예술, 회화, 건축, 철학과 심리학, 물리학, 과학기술 등 광범위한 것들을 도입한다.

하지만 이들을 애써 하나의 개념으로 묶으려고 하는 노력 대신 그저 큰 개념 아래 다양한 자료들을 몰아넣음으로써 그 자료들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그림, 수학, 과학기술, 영화 등 다양한 사료들을 놓아두지만 이 영역들은 무너지고 결국 큰 흐름을 형성한다.

이로써 당시 시대적으로 전쟁으로 치닫고 있었던 내적 필연성을 읽어낼 수 있다.

복잡하고 매우 다양한 범주가 도입되지만 거부감을 느낄 새도 없이 저자의 너무나 광범위한 지식과 관심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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