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총리의 사과로 국회가 정상화됐으나 11일부터 재개된 대정부 질문은 질문과 답변이 없는 일방적 훈계나 질타만으로 진행돼 또다른 파행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이방호(李方鎬) 의원 등은 이 총리가 정치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당 방침에 따라 단 한번도 이 총리를 불러내 질문하지 않고 질타만 계속했다. 대정부 질문은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에만 해도 "이 총리를 상대로 따질 것은 따져야 겠다"며 이 총리에게 질문을 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당내 비판이 비등하자 계획을 바꿨다. 김 의원은 이 총리를 단 한번도 답변석으로 불러내지 않은 채 "시중에 '사의 대독 총리'라는 말이 돌고 있는데 국민에게 하는 사과를 대독시킬 만큼 높아졌느냐"고 따졌다.
이 의원도 "정치적으로 (총리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을 양해바란다"며 말문을 연 뒤 "집권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온몸을 바쳐 투쟁하는 행동대장"이라며 10여분 동안 이 총리를 집중 공격했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박성범(朴成範), 박진(朴振), 유기준(兪奇濬) 의원 등도 이 총리에게는 거의 질문을 하지 않으며 무시전략으로 일관했다. 대정부 질문이 이처럼 맥빠진 양상으로 진행되자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이 총리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 방침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총리의 사과를 받아들였으면 깨끗하게 국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총리는 질타와 훈계를 앉아서 고스란히 들었으나 서류철을 뒤적이거나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띠면서 의원들을 빤히 쳐다보는 등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이 총리에게 당당하게 질의하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또다시 막말을 듣게 될 경우 다시 국회에서 뛰쳐나올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한나라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정경훈기자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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