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포화되는 가정 폭력, '남의 집안 일'로 방관만 할 것인가. 가뜩이나 이혼'별거 등 급속한 가정 해체 현상이 만연하는 판에 가정 폭력조차 강력범죄화 하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우리 사회의 가정 폭력 사건은 2001년 1만5천557건, 2002년 1만6천324건, 2003년 1만6천408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 10월까지 이미 1만3천141명의 가정폭력사범이 검거됐다. 1998년부터 발효된 가정폭력방지법도 아랑곳없다. 폭력 대상은 남편의 아내 학대가 9천985명(83.8%)으로 가장 많고, 아내의 남편 학대 242명(2.2%), 노인 학대 202명(1.5%), 아동 학대 92명(0.7%) 순이다.
가해자의 91%는 범죄 전과가 없는 평범한 가장들이다. 집 바깥에선 정상적인 사회인의 얼굴로, 집에서는 가족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지킬과 하이드의 두 얼굴'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폭력의 강도(强度)가 커져 흉포화 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단순폭력이 84.5%를 차지하고 있지만 흉기 이용 폭행이 8.6%나 된다는 점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충동적인 '홧김에'식 범죄가 많은 터에 무슨 끔찍한 일이 생길지 두렵기만 하다. 인간의 행복의 중심은 가정에 있다. 가정이 병들면 사회도 병든다. 가정 폭력은 분명 사회적 범죄이다.
최근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 조사에 따르면 주부 46.3%가 가정 폭력을 신고했으나 경찰이 '집안 일'이라며 돌아가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답했다. 가정 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과 솜방망이 가정폭력방지법의 허점 보완이 시급하다. 다행히 열린우리당이 가정 폭력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게 하는 개정안을 마련, 이번 정기 국회에 제출한다고 하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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