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료원, '골칫거리'가 자랑거리로

지방공사 대구의료원이 행정자치부의 2003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7년 연속으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한때 만성적자로 대구시의 고민거리였으나 이젠 전국에 내놓을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공기업 평가 부문은 크게 공익성, 노사관계, 수익성 등으로 구분된다.

대구의료원은 골고루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특히 공익성 부문에서 최상의 평가를 받았다는 것.

공익성 부문과 관련, 대구의료원은 지난해 저소득층, 노숙자 등 5만여명을 무료 진료했으며, 지난 2001년 말 개설한 달서구 두류동의 무료알코올상담센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저소득 환자들에게 입원실을 우선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비율을 60%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2년 연속 노사평화선언을 이뤄내 교섭없이 임·단협을 타결한 점도 평가에서 유리했다.

특히 올해 주 40시간(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노사협상 과정에서 전국 공기업 가운데 최초로 무교섭 타결을 이뤄냈다.

수익면에서도 지난해 적은 금액이지만 2천300여만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 2002년도를 제외하면 최근 6년 간 흑자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대구의료원의 이 같은 경영성과는 지속적인 경영 개선의 결과이다.

공사 설립 후 15년 동안 45억원의 적자를 낸 대구의료원은 대학병원 위탁경영 방안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기 상황에 놓였었다.

대구시는 궁리 끝에 의료원장 공채를 실시, 당시 개원 의사였던 이동구씨를 의료원장으로 선임했다.

이동구 의료원장이 취임한 지난 1998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혁신을 추진한 분야는 의료서비스와 조직 체계의 정비였다.

'환자를 가족같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야간진료와 직원 실명제, 친절 운동을 펼쳤다.

또 주민을 위한 음악회 개최, 노인대학 운영 등 주민 친화 사업을 벌였다.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했고, 명예퇴직과 조기퇴직제를 도입했다.

의사(진료과장)와 간부 직원들의 근무조건도 바꿨다.

의사에겐 진료실적에 따라 실적급을 차등 지급하는 연봉제를 적용했으며, 간부 직원들의 경우 근무평가와 다면평가를 통한 연봉제를 도입했다.

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팀제를 실시했으며, 전략적인 경영을 위해 기획조정실을 신설했다.

이런 과정에서 노조나 직원들의 반발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처음엔 노, 사가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고 한다.

경영진은 노조와 직원들을 설득했다.

경영진은 열심히 일하는 만큼의 보상(해외연수, 인사고과, 연공서열 파괴)을 해 주고 있으며, 분기별로 경영설명회를 개최해 경영상태를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대구의료원은 경영 성과에 힘입어 중앙정부와 대구시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얻어내 현재 특수질환전문센터, 치매요양센터, 종합건강증진센터 등을 설립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또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이외에도 지방공기업 경영전략 평가대회 우수상(1999, 2001년), 경영우수 기관장 대통령 표창(2001년), 공공부문 경영혁신대회 국무총리상(2001년) 등 10여 차례 수상을 했으며 다른 지방 의료원과 병원 등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동구 의료원장은 "공기업의 특성상 공익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앞으로 보다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이뤄낸 경영성과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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