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우토반' 울진 비상활주로 너무 위험하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울진의 아우토반'으로 불리는 도로가 있다. 군사용 비상도로를 겸하고 있는 이 도로는 울진 봉평∼후정리 간의 비상활주도로로서 교통 사망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이 도로를 이용하는 죽변면 후정마을 주민들은 몇년째 안전시설물 설치 및 도로 폐쇄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군 등 도로를 관리하고 있는 기관들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사고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울진군에 따르면 1980년대초 군용항공 기지법과 통합방위법 등의 법률에 따라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 작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건설된 군사용 비상도로를 겸하고 있는 이 도로는 직선 길이가 2.5km, 폭이 41m에 이른다.

탁 트인 시야 때문에 카레이서들은 물론이고 일반 승용차·화물 트럭 운전사들까지도 시속 150∼160km까지 이 도로를 질주, 추월경쟁을 벌이거나 갓길 곡예운전을 일삼고 있다. 게다가 도로 양쪽으로 촌락과 농경지가 형성돼 있어 출·퇴근 차량이나 경운기 추돌 사고가 빈번히 발생,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등 '마의 도로'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도로 인근에 레미콘 공장과 시외버스 터미널 등이 들어서면서 레미콘 차량과 시외버스들이 차선을 무시한 채 마구 중앙선을 넘어 운행하고 있어 자칫 대형 인명사고 위험도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군청과 경찰서가 플라스틱 드럼통으로 편도 1차로를 만들어 운행을 유도하고 있으나 이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3일 오후 6시 30분쯤 이 도로를 횡단하던 이 마을 주모(71) 할머니가 주행중인 승용차에 치여 숨지는 등 올 들어서만 20여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주민 장모(67)씨는 "이 도로 개설 후 후정리 매정 마을 50여가구 중 절반 이상 가정이 교통사고로 숨지거나 다쳤다"면서 "작년 연말 국도 4차로 도로가 울진에서 원전 후문까지 개통돼 비상활주로 이용률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도로를 폐쇄해도 문제없는데도 관계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울진군청과 경찰서 등 관계기관은 "군사용 비상도로라서 신호등이나 횡단보도 등의 시설물 설치가 어려운데다 폐쇄 역시 군 관련 법 적용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국도 4차로가 개통된 만큼 공군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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