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하루가 또 훌쩍 지나고 있구나, 얘들아. 마지막 마무리에 안간힘을 쏟는 너희들의 교실 창밖으로 우수수 낙엽이 지고 있다. 사람도 자연도 때가 되면 저렇게 스스로를 정리하고 떠나는 구나. 이제 이틀 뒤면 지난 1년, 아니 고교 3년 동안 흘린 너희의 땀도 저처럼 새로운 출발의 밑거름이 되겠구나.
40년 교직 생활 중 30여 년을 고3생과 함께한 나도 올해를 끝으로 교단을 떠난단다. 내게도 마지막 수능시험인 셈이지. 시험을 목전에 두고 불안해 하는 얼굴들을 보면서 그 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몇 마디 충고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다.
먼저 난이도는 생각하지 말고 과정에 충실해야 결과가 좋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학생들은 시험 시작 전과 시험 중에 문제의 난이도가 어떤가를 궁금해 한다. 이는 부질없는 생각이다. 어렵든 쉽든 모두에게 똑같은 조건이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더욱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경향이 있고, 쉽다고 생각하면 덤벙대다가 실수하기가 쉽다. 난이도나 결과 따위는 염두에 두지 말고 오로지 문제풀이 자체에 몰입하길 바란다.
난관에 부딪혔을 땐 심호흡을 하며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기 암시를 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문제가 다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잠시 고심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때, 당황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말하며 더욱 악착같이 달려들 때 성적은 좋아진다. 평소 모의고사 점수가 높다고 해도 위축된 자세로 시험을 치면 기대만큼 성적이 안 나오는 경향이 있다. 좀 정리가 덜 됐더라도 적극적인 자세로 풀이를 하면 자신도 모르게 기대 이상의 성적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심해라.
얘들아. 남은 이틀 동안은 컨디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오늘 저녁과 내일 저녁은 가능하면 11시 전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그리고 시험날 아침엔 6시30분쯤 일어나 낮 시간에 맑은 정신이 유지되도록 해라. 내일 예비소집을 다녀와서는 새로운 문제를 푼다고 힘을 빼지 말고, 지금까지 정리한 핵심노트나 오답노트를 가볍게 훑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하지 않겠니?.
시험장에 들어가면 매시간 시작 전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주어진 시간에 집중하도록 해라. 특히 1교시 시작 전에 '나는 잘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것은 반드시 풀 수 있을 것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 좋겠구나. 1교시 시작을 잘 하면 나머지 시간은 별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다. 그런 다음 지나간 시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아라. 매시간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적인 자세를 가지고 풀이 자체에 몰두하다 보면 잡념은 절로 사라질 것이다.
실전에 뛰어드는 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인다면 '강한 자가 이긴다'는 사실을 끝까지 잊지 말라는 것이다. 눈 시리게 밝아오는 아침 해는 고난의 밤을 이겨낸 사람만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견뎌온 것만으로 너희는 충분히 자격을 갖췄다. 이제 고지에 깃발만 꽂으면 된다. 힘내라! 내 마지막 고3들아.
박만대 시지고 교사
박만대(62) 교사는 경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1964년 교단에 투신했다. 현재 시지고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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