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가끔 자녀들을 데리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재능과 장래성을 물어오는 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오직 만화책을 보고 따라 그리는 데에만 열중하니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권장하자니 불안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연습장에 빼곡히 그려온 그림들을 슬며시 보여준다.

잠시 대답을 기다리는 부모님과 자녀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심각할 지경이다.

시대가 바뀌어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각광받는 현실이 되고보니 만화에 대해 모르고 살던 부모님들의 불안한 심정을 이해할 만도 하다.

일본 만화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데츠카 오사무도 어린 시절 대단한 만화광이었다.

그는 20세가 되던 해 이미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만화가가 되었고, '철완 아톰'을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어린 시절 데츠카 오사무는 아버지가 사준 영사기를 가지고 당시 어린이들이 보기 힘든 미국의 애니메이션을 섭렵했다.

또 서재에 있던 방대한 서적을 탐독하면서 중학교 시절에 이미 2천권이 넘는 만화콘티집을 만들었다.

그 당시 그가 정교한 그림으로 직접 그린 '학습곤충도감'은 아직도 일본에서 출판되고 있는 인기있는 책이다.

이처럼 데츠카 오사무는 이미 중학교 시절에 만화가로서 기본소양을 충분히 다졌다.

만화 그리기에 열중하는 것은 좋은 만화가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지만 그 밖에 다양한 지식을 쌓는 것도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스토리와 그림, 영화 연출력이 어우러진 종합 응용예술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창작 애니메이션은 거듭되는 흥행부진으로 힘든 시련기를 보내고 있다.

이것은 70년대 이후 외국 하청생산에 따른 창작노하우의 경험축적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데츠카 오사무처럼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창의력을 학습해 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은 장래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만화가나 애니메이션 감독이 나타날 것이다.

이재웅 협성애니메이션아트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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