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개막된 '2004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1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오페라축제=서울'이라는 상식을 깨고 지방에서 처음 열린 만큼 출발부터 전국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달여 동안 진행된 축제를 통해 오페라가 시민들에게 친숙한 공연이 되고 지역 예술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올해 걸음마를 시작한 오페라축제가 부산국제영화제, 통영국제음악제와 같이 대구를 넘어 전국적 지명도를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2004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성과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상·하로 나눠 결산한다.
이번 축제에는 이탈리아 로마오페라단, 러시아 무소르그스키극장 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과 대구시립, 구미, 디오페라단 등 6개 단체가 참가했다.
지난해 프레 오페라 축제에 비해 2개 단체가 늘어 외형적 신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외국 오페라단을 제외하면 지난해 참여한 국립, 서울시립, 대구시립, 영남오페라단에 비해 질적 향상은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예산은 지난해 3억1천500만원에서 올해는 9억원으로 늘었고, 관객도 총 13회 공연에 2만여명이 찾아 객석 점유율 평균 90%를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명예조직위원장이 2006년 축제 때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수확으로 꼽힌다.
그러나 경기 침체 등으로 모든 공연이 거의 매진을 기록한 지난해 보다는 못했으며 일부 관객들이 공연 중 이동하거나 휴대전화 사용 등 수준 이하의 감상 매너로 눈총을 받았다.
공연 단체간 질적 차이는 존재하지만 제작 여건 등을 고려해 볼때 전반적인 수준은 매우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달 8일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개막공연으로 오른 로마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에는 최고라는 수식어를 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세계 10대 오페라단 중 하나로 꼽히는 로마오페라단의 기량을 실감한 무대였다.
하지만 좋은 작품에도 불구하고 앞 사람에 가려 무대가 보이지 않는 등 시설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불평을 샀다.
지난달 14~16일 열린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카르멘'의 경우 연출력과 연기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인 무대라는 호평을 얻었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무대 세련미와 볼거리에서 다소 미흡했지만 오케스트라와 가수의 긴밀한 조화가 수준 높은 무대를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무소르그스키극장 오페라단의 '프린스 이고르'는 러시아의 민속적 색채감과 역동적인 에너지, 무대 조명, 색감 처리 등에서 이탈리아 오페라와 다른 신선한 맛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작곡가 임주섭 교수(영남대)는 "러시아 특유의 저음 가수와 발레, 무용, 음악 등 색다른 경험을 한 귀중한 무대였다"고 평했다.
또 국립오페라단의 '아이다'는 새로운 연출, 영상처리, 무대세트가 압권으로 평가 받았다.
'아이다=웅장한 무대'라는 통념에서 탈피, 상징적인 이미지 처리로 단순·절제미를 과시해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오페라단의 제작 방향에 새로운 지평을 제공했다.
특히 국내 무대에서 '아이다' 전문 배우로 활약하는 지역 출신 이화영씨의 연기와 노래는 독보적이었다는 평이다.
구미오페라단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토스카'를 무난하게 처리했다는 평을 얻었다.
영상을 통한 무대 장치 전환 등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으나 내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오페라단의 '무영탑'은 유일한 창작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2막 무대를 한국 전통 색감으로 처리,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지역 민간 오폐라단의 창작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무대였지만 대중성에 중점을 두어 예술성이 떨어졌고, 다양한 볼거리가 부족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편 다양하게 열린 부대행사는 축제분위기를 한층 살렸다는 평가다.
오페라 소품전시회, 동아쇼핑·국채보상공원 등에서 열린 홍보 음악회 등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공연 후 관객들의 무대 관람을 돕는 백스테이지 투어나 오페라 체험 분장실, 오페라 축제 포스트 및 사진전 등도 '함께하는 축제'라는 슬로건에 걸맞는 이벤트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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