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은 어째서 날마다 두 발로 땅을 파헤치며 부리로 흙을 콕콕 쪼는 걸까? 그러면서 왜 '구구 구구'하고 우는 걸까? 오늘은 그 내력 얘기를 하지.
아주 먼 옛날에는 수탉이 요즘처럼 멋진 볏도 없었고 근사한 깃털도 없었대. 그냥 민둥머리에 수수한 차림이었지. 그런데 이 녀석은 천성이 멋부리기를 좋아하는지라 늘 자기 모습에 불만이 많았어. 그래서 하루는 하느님을 찾아가서 졸랐단다,
"하느님, 하느님. 제 모습을 좀 더 멋들어지게 만들어 주십시오.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남들이 다 잠든 꼭두새벽에 일어나 홰를 치고 울지 않습니까? 그 덕분에 온 세상 사람들이 새벽이 왔다는 걸 알고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준비하지요. 그런 중요한 일을 하는 제가 이렇게 볼품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하느님이 그 말을 옳게 여기고 수탉에게 몇 가지 선물을 줬어. 우선 머리에는 멋진 붉은 볏을 달아 주고 깃털은 울긋불긋 근사하게 만들어 줬지. 그러고 나서 턱 밑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구슬까지 달아 줬어. 이쯤 되니까 참 풍채가 이만저만이 아니지. 수탉은 그런 자기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잔뜩 우쭐대며 돌아다녔어.
"이만하면 이 세상에서 날 따를 날짐승은 없겠는걸."
아닌게아니라 풍채 좋고 목청 좋고, 게다가 미끈한 다리로 걷다가 뛰다가, 날개를 펴고 푸드덕푸드덕 날기까지 하니 더 바랄 게 뭐야? 수탉은 아주 거드름이 머리끝까지 올랐어.
꼭두새벽에 일어나 홰를 툭툭 치면서 목을 쭉 빼고 '꼬끼오' 하고 울어제끼면 온 세상이 잠에서 깨어나지. 그렇게 남들을 다 깨워 놓고 정작 자기는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남이 애써 거두어 놓은 낟알이나 쪼아먹는 게 일이거든. 그러다가 질리면 양지바른 곳에 앉아 부리를 깃에 묻고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말이야.
이 꼴을 보고 배알이 틀린 짐승도 있었나 봐. 하루는 땅 속에 사는 지렁이가 꿈틀꿈틀 기어나와 수탉을 쳐다보고 슬슬 시비를 걸었지.
"수탉아, 너는 왜 날마다 새벽에 남의 단잠을 깨워 일하게 만들어 놓고 자기는 빈둥빈둥 놀고만 지내니?"
수탉이 그 말을 듣고 같잖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어.
"뼈다귀도 없는 놈이 건방지구나. 나는 이래봬도 하느님한테 붉은 볏에 알록달록 깃털에 금구슬까지 선물로 받은 몸이다.
좀 놀고먹으면 어때서?"
지렁이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할 대로 상했어. 그래서 언젠가 한번 곯려 주려고 단단히 별렀지. 그러다가 하루는 수탉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지렁이가 땅 속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오다가 그 꼴을 봤겠다.
'옳거니, 이 때다.
'
지렁이는 다짜고짜 수탉 턱 밑에 달린 금구슬을 떼어내 가지고 도로 땅 속으로 들어가버렸어. 뒤늦게 잠에서 깬 수탉은 금구슬을 찾는다고 두 발로 땅을 파헤치며 부리로 흙을 콕콕 쪼아댔지. 그러면서 '구슬, 구슬, 내 금구슬'하고 울었는데, 나중에는 귀찮아서 그냥 '구구, 구구'하고 말았대.
그 때부터 수탉은 두 발로 땅을 파헤치고 부리로 흙을 쪼면서 '구구 구구'하고 울게 된 거란다.
서정오(아동문학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경선 일정 완주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가 지도자급' 존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