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람에서 무덤까지…도서관·복지관 다양한 배울거리

우리는 매일같이 배우며 살아간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인터넷에서 방향을 찾고, 멀티미디어로 내용을 채운다.

사회가 워낙 급변하는 탓에 배움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 자체가 평생 학습의 과정인 셈이다.

◇"오늘은 뭘 배웠수?"

주부 정경화(45.북구 산격동)씨는 하루도 집에 가만히 있는 날이 없다.

목요일에는 동부여성회관에서 기타 수업을 들어야 하고 매주 화요일에는 대구여성회관 영어회화 강좌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달에 한번씩 북부도서관 독서토론회 강좌에서 사귄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참석해야 한다.

정씨가 '평생학습'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아이들 둘을 중학교에 보낸 뒤부터다.

'배움'에 목말랐던 정씨는 우선 인근 도서관의 문을 두드렸다.

컴퓨터와 독서토론 등 가능한 모든 강좌를 신청했다.

지금까지 들은 수업은 꽃꽂이, 서예, 선물포장, 가요교실 등 셀 수 없을 정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뿐만 아니라 강좌마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살아가는데 큰 재산이 됐다.

정씨는 "뒤늦게 그렇게 잡다한 것들을 배워 어디다 쓰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배워두면 생활속에 활용할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며 "지인들의 경조사에는 부조금만 내밀기 보다 꽃꽂이로 마음을 전하고, 비디오 촬영을 배워 저소득층 무료합동결혼식에 웨딩촬영 자원봉사를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달라졌다

정씨와 같이 '평생학습'의 세계에 한번 빠져들고 싶다면 가까운 도서관이나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보자.

요즘 도서관은 예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도서관'이란 단어에서 시험을 앞둔 학생들만 가득한 열람실에, 대출을 기다리며 뽀얗게 먼지가 쌓인 낡은 서가의 모습만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열람실은 여전히 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 등이 차지하고 있지만, 도서관을 북적이게 하는 건 어린이·주부·노인들이다.

이들에게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도서관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대구에는 중앙도서관 평생교육정보센터를 주축으로 구.군마다 각 1개씩 모두 8개의 '평생교육 학습관'이 있다.

지난 9월에는 제일·안심·남구·청곡 종합사회복지관 등 4개 기관이 '평생학습마을'로 지정됐다.

누구나 집 가까운 곳에서 수업을 들을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

프로그램도 원하는 취향과 수준에 맞춰 얼마든지 선택 가능하다.

중앙도서관에 개설된 강좌만 해도 20여종. 과거 독서토론이나 컴퓨터, 서예 등에 그쳤던 것이 이제는 다도, 종이접기, 목공예 등으로 다양해졌으며 영어와 일본어, 생활한의학, 한국화 강좌 등 실용 학문수업도 구비됐다

중앙도서관의 경우 독서지도사, NIE지도사, 논술교육지도사 등 전문가 양성과정도 수강 가능하다.

평생교육정보센터 김형준 담당은 "수시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수강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너무 다양한 장르의 강좌를 원하다 보니 도서관이 비좁을 정도"라고 밝혔다.

◇'공부'란 생각을 떨쳐야

늦깍이 학습을 시작하려면 '공부'에 대한 강박관념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용기를 내고 처음 시작하기는 힘들지만 한번 배움의 세계를 맛보게 되면 여기저기 강좌를 옮겨다니며 배우는 일에 절로 열중하게 된다는 것.

김형준 담당은 "어린시절 암기 위주의 공부에만 몰두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시작도 하기 전에 막연한 스트레스를 가지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이라며 "평생학습은 배우는 즐거움을 통해 여가를 즐기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공부라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취미·오락 강좌가 아닌 인문·교양강좌는 발붙이기가 힘들다는 것. 수업과정을 100% 이해하지 못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듣는 자세가 중요하지만 대부분은 '모조리 암기하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덤벼드는 탓이다.

이 때문에 과거 일부 기관에서 '클래식 감상법'이나 '미술의 이해', '국사 바로알기' 등의 강좌를 개설했다가 한 학기도 채 지나지 않아 수강생의 80%가 빠져나가 개강과 폐강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을 겪기도 했다.

남정섭 중앙도서관장은 "평생학습을 못 다한 공부라고 여기는 인식이 예전에 비해 한결 줄어들면서 열기가 급격히 뜨거워지고 있다"며 "앞으로 인문·과학·사회 등 심도 있는 교양강좌 또한 곳곳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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