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新고려장

불가에서는 부모 살았을 적의 '세간적 효' 뿐 아니라 세상을 떠난 후의 '출세간적 효'까지 강조한다. 물질로서 보살피는 양효(養孝), 공경을 다하는 경효(敬孝), 마음을 편케 해드리는 심효(心孝), 불법으로 인도하여 참 기쁨을 드리는 법효(法孝)를 실천하고, 돌아가신 후엔 망자의 천혼(薦魂:망자의 명복을 빔)을 일컫는 말이다. 부모-자식은 금생과 저승을 초월한 인연이라는 뜻일 게다.

○...1983년 칸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 100년 전, 겨울이 오면 70세가 된 노인은 한 입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나라야마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다. 죽을 준비를 하는 노모, 그런 어머니를 쓸쓸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들. 마음 아파하는 자식을 위해 어머니는 자신이 죽을만큼 쇠약해졌음을 보여주느라 돌절구에 이빨을 부딪쳐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기도 한다. 결국 어머니를 업은 아들은 붉어진 눈을 부릅뜨고 산꼭대기로 간다.

○...복지시설의 노부모에 대해 절연각서를 쓰는 못된 자식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부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책임을 묻지 않을 뿐더러 자신들에게 연락을 해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각서란다. 한마디로 자식포기 각서이다. 또 노인전문 요양병원 등에서는 부모를 맡긴 뒤 소식을 뚝 끊는 자식들도 많다고 한다. 행여 부모가 찾아올까봐 아예 이사를 해버리기도 한단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그늘 속에 신판 고려장이 늘고 있다. 게다가 장기불황의 터널 속에 있는 우리 사회에서 '부모 버리기' 현상은 심각한 문제다. 통계청은 오는 2022년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14.3%에 이르는 고령사회, 2030년엔 19.3%의 초고령사회 진입을 전망하고 있다. 이런 세태라면 장차 '부부버리기'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한 영국인 아내가 82세의 치매 남편을 1천600㎞나 떨어진 병원에 유기했다. "정신이 혼미한 남편을 돌보느라 미치기 일보직전"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각종 질병과 노화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활성산소의 메커니즘이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젊은 100세 시대'를 기대할만한 빅 뉴스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효(孝), 부부간의 사랑이 상황따라 변하는 시대라면 노화극복이니, 100세 시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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