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용 높이면 대출 쉬워" 개인신용관리 잘해야

서민들이 은행에서 돈 빌리는 건 쉽지 않다. 담보와 인적 관계에 의존하던 대출 심사가 개인 신용도를 따지는 엄격한 평가로 대체된 건 이미 오래다. 따라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하기 위해 개인 신용도를 높게 유지하는 일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대출 심사=99년 이전 은행들은 재직증명서, 재산증명서 등 4, 5가지 서류만 갖춰지면 대출 여부를 판가름했다. 서류에 큰 문제가 없고 은행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을라치면 대출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대출 담당자는 대출용 서류를 검토하고 대출하려는 사람의 인상을 살피는 등 '인적 심사'에 의존했다.

그러나 99년 이후 은행이 개인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신용평가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을 도입하면서 대출 심사는 '시스템'으로 넘어갔다. CSS가 발전됨에 따라 대출 고객이 은행 대출 담당자와 상담을 하는 사이 그 고객의 수백 가지 대출 여부에 관한 판단 정보가 평가되고 분석됐다.

CSS는 통상 10등급으로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는데 7등급 이하의 낮은 등급으로 평가받으면 대출이 어려워진다. 봉급생활자, 자영업자, 임대 소득 등 기타 소득자로 구분해 신용도를 평가하는데 적정 소득이 있고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 '안정성'의 정도에 따라 신용도가 매겨진다.

가령 20대는 30대보다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신용평점이 낮아질 수 있으며, 나이가 많은 데도 미혼일 경우 역시 안정감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평점이 떨어질 수 있다. 값비싼 차를 몰고 다니면서 소득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신용도가 낮아지며, 재산이 많더라도 채무가 많으면 역시 신용도가 높게 매겨지기는 어렵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사원 등 안정성이 높은 직업을 갖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직급이나 근무 연차에 따라 신용평점이 다르게 평가된다. 빚이 있다 하더라도 대출 이자와 원금을 꼬박꼬박 갚아나가면 신용도는 높아지며, 신용카드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신용도를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한 단면을 예로 든 것일 뿐 대출 고객의 나이, 직업, 재산 정도, 결혼 유무, 자가 유무, 금융거래 실적, 차종, 자녀 수, 직장 내 직위 등 많은 항목이 연쇄적으로 결합돼 종합적으로 신용평가를 내리기 때문에 표면적인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대출하기가 그에 비례해 더 힘든 것은 아니다.

△신용도를 높여야 대출이 쉬워진다=대출 심사는 점점 까다로워지지만 역설적으로 신용도를 높이면 대출받기 쉽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은행 등이 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음을 뜻하는 것. 담보물이 없거나 부족하더라도 신용도가 높으면 대출받기가 쉬울 수 있으며, 같은 가치의 담보물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신용도에 따라 대출 금액에 차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은 자체적인 CSS와 외부 신용정보회사(Credit Bureau)인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등의 정보를 교차 검토해 고객의 신용도를 매기는데 현재는 대체적으로 외부 신용정보회사의 정보를 참고하는 수준이나 앞으로는 이를 은행 CSS와 결합, 고객 신용정보의 정밀성을 더욱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개인 신용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신용정보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신용을 관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용정보회사에 가입하면 자신의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은행의 신용평가 등급을 알려주고 은행이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때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기도 한다.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래은행을 설정, 금융거래를 성실히 하고 연체 등 불이익이 될 수 있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 주거래은행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하고 대출이 필요할 때 그 은행을 이용하면 신용평점을 높게 받을 수 있다. 연체는 당연히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요인이다. 현재 3개월 이상의 연체만 은행이 공동 정보로 공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1일 연체도 공유하게 될 전망이어서 개인도 재정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신용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박광호 대구은행 개인여신팀 차장은 "신용 관리를 잘 한다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신용 대출을 잘 이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신용 관리를 잘 못 한다면 어떠한 은행으로부터도 돈 빌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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