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대게잡이 한달 연기"지금 오셔도 못 먹습니다"

"영덕게 안 팔아요?" "영덕게 판매를 우리 마을은 자율적으로 한달 늦췄습니다.

죄송합니다.

"

영덕군 축산면 경정2리 속칭 차유마을. 영덕대게 원조 기념비가 건립돼 있는 이 마을에는 지난 13·14일 외지차량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영덕대게를 원조마을에서 먹고 싶어 멀리서 찾아온 식도락가들과 관광객들은 그러나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마을 주민들이 영덕대게 잡이를 1개월간 자율적으로 연장하면서, 30여 식당과 선주들의 수족관이 텅 비었기 때문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경정1리도 사정은 마찬가지. 예년 같으면 한창 바다에 나가 있어야 할 5t급 대게잡이 자망어선이 20여척 가지런히 항구에 정박해 있었고, 경정3리도 조만간 투망할 그물을 손질하느라 바쁠뿐 수족관엔 영덕게를 찾을 수 없었다.

법적으로 영덕대게잡이가 금지된 기간은 매년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따라서 11월부터 게를 잡아도 문제될 건 없지만 경정1·2·3리 마을 어민들은 4년째 어획을 1개월 늦추고 있다.

경정리 어민들이 지금 영덕대게를 잡지 않는 이유는 게가 1개월 전 쯤 껍질을 벗느라 에너지를 소비, 게장과 다리살이 없기 때문이다.

소위 '물게'는 몸통 7∼9㎝ 크기 정도라도 잘 받아야 마리당 3천원 내외다.

그러나 딱 1개월만 참으면 사정은 달라진다.그동안 상당부분의 게살이 올라 1만원 가까이 치솟는다.

경정리 어민들은 제값도 못받고 씨만 말려 결과적으로 영덕대게 자원을 송두리째 잃을 수도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해 어획 1개월 연장을 결정했다.

걱정이 있다면 다른 지역의 어민들이 경정리 앞바다까지 와 몰래 어획을 해간다는 것. 때문에 경정리 주민들은 감시조를 편성해 수시로 바다를 돌고 있다.

이종우(57) 경정1리 어촌계장은 "자율적인 어획 연장 이후 경정리 어민들의 화합, 단합도 매우 좋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마음을 비운 탓에 소득도 올라갔다.

원조마을로 유명한 경정2리, 속칭 차유리 경우 영덕대게만 잡고 팔아 한철 1여억원을 거머쥐는 집도 적잖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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