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 패션 통신-파자마 패션

중간이나 긴 머리 길이에 일정한 방향없이 사방으로 마구 삐치는 듯한, 일명 '베드 헤어(Bed-Hair)'가 요즘 유럽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베드 헤어는 자다가 금방 일어난 듯한 부스스한 느낌의 헤어스타일이지만 내년 봄·여름에는 이러한 헤어스타일에 맞춘 '파자마(잠옷) 패션'이 남성복 트렌드를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남성복 패션을 주도해왔던 수트와 넥타이 위주의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의 전형적인 이미지에 지쳐있는 많은 남성복 업체 디자이너들은 내년 봄·여름을 겨냥해 아주 상반된 의상들을 선보이고 있다.

얼핏 보면 침대 커버의 천을 잘라서 만든 것 같은 면 소재의 파스텔톤 꽃무늬 프린트, 헐렁하면서도 아주 편안한 느낌의 의상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 꼼데 가르송(Comme des Garsons)의 디자이너 리에 가와쿠보(Rie Kawakubo)는 깡 마르고 어떻게 보면 여자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중성적인 얼굴을 가진 남자모델들을 통해 획기적인 '파자마 패션'을 선보였다.

핑크, 연노랑, 하늘색 등 다양한 파스텔 톤의 면 소재 남방들과 핑크빛 펜더가 프린트 된 잠옷 분위기의 티셔츠를 내놓았다.

캐주얼 수트 의상들로 매 시즌 이름을 떨치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의 죠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imani)는 '잠옷 퍼레이드'를 연상시키는 듯한 면 스트라이프 팬츠와 하늘거리는 면·마 소재의 끈으로 허리를 묶는 디테일로 눈길을 끌었다.

모로코의 해변을 주제로 한 구찌(Gucci)의 실크 소재 잠옷 가운 등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제로 한 내년 봄·여름 '파자마 패션' 트렌드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무늬와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만화 프린트 등으로 파자마 패션을 재치있게 그려낸 디자이너도 있었다.

화려한 색상의 펑키한 스타일로 유명한 D&G 쇼에서는 배트맨을 연상시키는 짧은 남성용 잠옷 바지, 떠오르는 영국의 신인 디자이너이자 유럽 최고의 스타일 매거진인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Dazed & Confused)의 에디터로 활약하고 있는 남성복 디자이너 킴 존스(Kim Jones)는 80년대 헐렁한 티셔츠와 매치한 '홈 웨어' 느낌의 바지 등을 선보였다.

언제부터인가 약간은 여성화되어가는 남성의 이미지가 이곳 유럽 남성 패션에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이제는 '보호받고 싶은' 남성의 이미지보다는 '보호해 주고 싶은' 이미지의 남성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방금 잠에서 깬 뒤 물이라도 마시러 방에서 나와 엄마나 여자친구를 부르는 남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파자마 패션. 하지만 여성미를 한껏 뽐내는데 중점을 두고 '곱게 차려 입은 듯한'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는 요즘 여성복 트렌드와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을 법도 하다.

정미화(패션 저널리스트·스포츠 엔 스트리트 콜렉지오니) mihwachoung@yahoo.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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