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밝은 세상-작지만 아름다운 선행

봉무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오던 길에 105번 좌석버스를 탔다.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거기 아주머니, 요금 왜 안 내요?" 하기에 처음엔 나보고 그러는 줄 알았다.

출구쪽 의자에 커다란 보자기를 안고 앉아있던 할머니 한 분이 난감한 기색으로 쭈뼛거리며 뭔가 장황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박사'라는 곳에서 대구로 오는 길인데 아는 이의 차에 동승을 했다가 그 사람이 "여기서부터 버스를 타고 가라"며 중간에 내려놓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차비도 없으시냐고 운전기사가 조금은 짜증스런 목소리를 냈다.

그때 앞좌석에서 아기를 안은 새댁이 목소리를 낮추며 아래로 손을 내밀어 그 할머니께 돈을 건네려다 보자기를 안고 계신 걸 보더니, 자기가 대신 내고 와선 작은 목소리로 "할머니, 차비 제가 냈으니 편한 마음으로 가세요"라고 속삭였다.

버스에서 내려 아기 손을 잡고 가는 새댁의 등 뒤로 은행잎이 노랗게 지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라 아직도 마음이 흐뭇하다.

적은 돈 같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정말 예쁘지 않은가. 당연히 그 젊은 엄마가 키우는 아기도 아주 착한 시민으로 잘 자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윤점도(인터넷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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