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내 몸 어디에 숨은 악기 하나 있고

바람이 지나며 그것을 분다

내 몸 어딘가에 숨은 악기 하나 있고

별이 떠올라 저녁에 그것을 분다

하루 중 저물녘에만,

생각의 무릎을 꿇고 우는소리

숨은 저녁의 노래, 보이지 않는

내 몸의 악기를 휩싸고 운다

이학성 '숨은 저녁 노래'

하루 중 저물녘은 일상의 자아가 본래의 자아로 귀환하는 시간, 별이 하나 둘 떠올라 바람이 가는 길을 비춰주는 시간, 요즈음 같으면 오후 여섯 시 전후일 터이다.

그때 마음의 귀는 제 몸이 우는소리를 듣고, 영혼의 눈은 제 몸 어딘가에 숨은 악기 하나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지혜로운 당신은 제 몸이 악기임을 이내 안다.

생각의 무릎을 꿇고 우는소리는 묵상의 경건함이 있으니 아마도 그것은 천상에서 들려오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닮았으리라.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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