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 와인, 세계 입맛 잡을 것"…청도 반시 원료 '감그린'

"국산 최고급 감 와인을 내년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장에 선보여 세계 정상들을 놀라게 해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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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반시를 원료로 한 화이트 와인 '감그린'으로 지난달 20일 열린 '2004 한국전통식품 베스트 5 선발대회' 전통주류부문에서 수상한 하상오(44·청도와인 대표)씨의 포부는 당차다.

독특한 맛으로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것.

전국의 우수 전통식품들이 전통주류·인삼류·한과류·음료다류·가공식품류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시·도별 예비심사를 거쳐 품질을 겨룬 이 대회에서 당당히 선정된 '감그린'은 하씨가 감 와인 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거둔 쾌거.

감 와인의 수상 이후 하씨 사무실에는 국내 유수 유통·가공업체의 납품 문의와 미국·중국·일본 등지의 수출 상담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APEC회의 납품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가 청도 반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4년. 고향인 달성군 유가면에 식혜공장을 설립한 뒤 경남 함양에 캔공장, 청도에 엿기름 공장을 잇달아 만드는 등 사업을 확장해나가던 중 외환위기로 주변 공장들의 부도가 속출하자 하 사장도 진로 변경을 모색하게 됐다.

"내가 만든 상품의 가격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그 답은 가장 지역적인 상품으로 세계적인 명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하지만 그가 의지나 노력으로만 결코 성공할 수는 없는 일. 기술과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그에게 하현태(50·한국와인연구소장)씨와의 만남은 큰 행운이었다.

경북대 식품공학과 야간대학원 석사과정생이던 하 사장과 감 저장·가공분야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하 소장은 의기투합, 본격적으로 감 와인 연구에 매달렸다.

경북테크노파크 지역전략사업단으로부터 1억5천만원을 지원받은 것도 성과의 하나.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시행착오로 좌절의 아픔을 맛보기도 여러 차례. "몇 달 걸려 어렵게 설치한 기계설비가 오작동으로 폭발한 일이나 6개월이상 숙성시킨 와인이 잘못돼 다 버리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 일 등을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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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태 소장은 "감으로 와인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는 황무지를 개척하는 것처럼 무모했다"면서도 "감은 씨때문에 맛과 향이 떨어져 와인 원료로는 부적합하지만 청도반시는 씨가 없고 캠밸 포도보다 당도가 10여도가 높아 고급 와인 재료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도 감 와인은 올해 감 250t을 수매해 750ml 기준 최소 2만5천∼최고 30만원대까지 5종류, 20여만병을 생산할 계획이다.

청도·정창구기자?jungcg@imaeil.com사진: 하상오〈왼쪽〉사장과 하현태 한국와인연구소장이 감 와인 숙성공장을 돌며 온도'습도 등을 체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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