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 데스크-집토끼라도 잘 지켜야

개미들은 혼자 굴을 팔 때보다 두세 마리가 함께 팔 때 더욱 열심히 흙을 파낸다.

바퀴벌레도 혼자 뛸 때보다 함께 뛸 때 달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한다.

이는 사람도 매한가지다.

놀 때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더욱 열심히 놀고, 도서관이나 독서실에 가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서로 경쟁을 할 때 일의 능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의 능률이 높아지는 만큼 경쟁에서 뒤지면 그 결과는 더욱 비참할 수밖에 없다.

경쟁 상대는 혼자서 할 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앞서 나가니,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국내·외 기업과 투자 유치를 위해 벌이는 경쟁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경쟁의 성과는 심한 편차를 보인다.

그중에서도 광주시의 사례는 한번 눈여겨볼 만하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곳으로 손꼽혔던 광주는 최근 2년 동안 모두 181개의 기업을 유치, 1조1천71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1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어느 지자체나 유치했으면 하는 삼성전자는 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의 생산라인을 최근 수원공장에서 광주로 완전히 옮겼다.

삼성전자는 이곳을 첨단 생활가전단지로 조성할 계획인데 내년에는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자동차도 광주공장에서 최근 스포티지 생산을 시작하면서 직원이 4천200여명에서 5천200여명으로 늘었다.

70여개 협력업체의 인력도 1만100여명에서 1만5천800여명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 덕분에 광주의 최근 실업률은 지난 2년 동안에 최저로 떨어졌다.

고용이 늘다 보니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공장 인근의 음식점과 상가가 활기를 되찾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광역시인 대구도 그동안 국내·외 투자 유치에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했을 뿐 크게 내세울 만한 성과는 없다.

대구시가 기업 하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고 내세운 지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기업인들에게는 기업 하기 힘든 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이런 상황인데 국내·외 투자 유치 경쟁에서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 무리이다.

대구·경북이 다른 지자체처럼 외부의 투자를 많이 끌어오지 못하면 있는 것이라도 잘 지켜야 할 텐데 경북관광개발공사의 사례를 보면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않는 듯하다.

부산에 새로 지어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운영권은, 애초에는 경북관광개발공사가 갖도록 되어 있었는데 최근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부산의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부산시와 부산 지역 정치권의 요청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져보면 대구·경북이 있는 것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 이맘때. 삼성에 엄청난 특혜를 주면서까지 붙잡으려했던 삼성자동차 입지가 대구에서 부산으로 넘어가고, 대구에는 삼성상용차만 남았다.

그 결과 삼성상용차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중·소 부품업체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기고 파산했다.

반면에 삼성자동차는 르노삼성으로 이름을 바꿔 부산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 유치 경쟁의 결과는 이처럼 극명하게 나타난다

일개 카지노 운영권 문제를 삼성자동차와 빗대는 것은 물론 무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크든 작든 10년 전 이맘때와 똑같은 일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것 같아 놀랍다.

최근 들어 공공기관, R&D 특구, 태권도공원 유치 문제에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문제는 대구·경북의 앞날을 위해 반드시 잘 풀어내야 할 과제인 만큼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산토끼를 쫓는 것 못지않게, 있는 집토끼를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일들이 하나 둘 되풀이된다면 국내·외 기업 유치의 성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산은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이 협력해 카지노 운영권의 부산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는데…."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한탄이 또다시 나와서야 되겠는가.

정치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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