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가 개통되고 나면 길이 너무 좋아 제 속도를 지키는 차가 별로 없을까봐 걱정입니다. 시험운행이지만 너무 과속하지는 마세요."
조문성(53) 한국도로공사 대구~포항 고속도로 건설사업소장의 당부는 고속도로에 올라 서자마자 어느새 잊혀졌다. 시원스레 뚫린 새 고속도로의 유혹은 쉽게 떨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연결되는 출발점 도동IC를 벗어나자 평광천을 가로지르는 도동대교가 반갑게 맞는다. 길이 1km에 이르는 긴 교량이지만 20m 간격을 두고 상·하행선이 분리돼 있어 쾌적하다. 반대편 차로에서 오는 차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운전자에겐 다행스러운 일.
노면보호를 위해 아스콘으로 덧씌워진 다리를 통과한 뒤 조금 속도를 높이자 도평, 백안터널과 와촌터널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느새 길 왼쪽으로 나타나는 팔공산의 붉은 능선은 익숙한 풍경이지만 색다른 느낌이었다. 팔공산 능선이 이렇게나 길었나?
막바지 공사로 한창 부산을 떨고 있는 와촌휴게소를 뒤로하자 처음으로 넓은 들녘이 멀리 보였다. 대구~포항간 도로는 전체 구간 68.42km 중 터널이 9개, 다리가 82개에 이를 정도로 산과 가깝다. 추수가 끝난 빈 들에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바퀴로부터 '가슴 뜨끔한' 진동이 울려져 왔다. 갓길로 들어서면서 졸음운전 등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요철(spotflex) 도색선을 지난 죄(?)였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핸들을 바로 잡고 얼마 가지 않자 첫 갈림길인 청통·와촌IC가 눈에 들어왔다. 신설도로에 설치된 도로 표지판에 동서남북 방위를 표시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차로가 3차로로 넓어졌다. 향후 중부내륙고속도로 연결에 대비, 미리 넓혀둔 것.
대구를 출발한 지 20여분. 북영천IC을 지나 임고 1터널, 영천휴게소, 임고2·임고3터널을 잇따라 통과하자 임고4터널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를 벗어나면 이제 포항 땅입니다." 안내를 위해 동승한 유환구 제5공구 감독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상북도 포항시'라는 초록색 표지판이 눈앞에 다가왔다. 벌써 포항이란 말이야?
허연 바닥을 드러낸 채 31번국도를 따라 길게 누워있는 기계천을 지나자 서포항IC. 대구에서 59㎞. '포항7㎞'라는 표지판은 길의 종점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었다. 대표적 난공사구간으로 꼽히는 달전터널을 빠져나오니 '요금 내는 곳 500m'라는 표지판이 무사운행을 반겨줬다.
포항은 고속화시대가 가져올 파급효과로 벌써 들썩이고 있다. 개복치·삼숙이 등 대구에선 보기 힘든 생선들이 넘쳐나는 죽도시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물류는 물론 소비·레저문화의 판도 변화를 예상하면서 고속도로 개통이 몰고 올 훈풍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20년 넘게 횟감을 팔아왔다는 최미자(63) 할머니는 "장사가 지난해 비해 많이 안돼 걱정이었는데 고속도로가 뚫려 기대가 크다"며 "2시간이면 대구에서 와 회를 먹고 돌아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져 포항을 찾는 대구사람들이 늘지않겠느냐"고 좋아했다.
횟감을 고르던 김우진(38·포항시 흥해읍)씨는 "고속도로 개통으로 물류가 원활해지면 그만큼 경제에도 활기가 더해질 것"이라며 "포항이 동해안 시대를 이끌어나갈 거점도시가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아니냐"고 부푼 표정이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사진: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내달 7일 개통을 앞두고 18일 오후 경북 포항시 기계면을 통과하는 구간에서 막바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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