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은 북핵문제에 대한 양국의 이견보다는 협력을 통한 해결책 모색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용,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 등 그간 한미 양국이 함께 추구해온 '북핵 3원칙'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북핵 공조를 유지해나가기로 합의할 예정이라는 게 양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마련하기보다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쪽에 무게를 둘 방침이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재선 이후 양국 정상간 첫 만남이 될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히 외교적 수사에 그치는 회담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핵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역할과 의지를 분명히 밝힐 방침이기 때문이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후 산티아고 하얏트 호텔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가진 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우리 정부의 북핵 해법 프로세스와 관련, 4가지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요컨대 △한반도 비핵화 원칙 △공고한 한미공조 유지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와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6자회담의 범위 안에서 한국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마지막 대목이다.
이른바 "한국이 6자회담의 범위 안에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의미가 뭐냐는 것이다.
일반론적으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입김이 크게 강화되고 있는 부시 2기 행정부가 선제공격 등 강경론으로 급속히 선회, 북미관계가 극단적으로 악화되기 이전에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당장 대북 특사 파견과 남북정상회담설이 다시 급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다.
이미 여권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북 특사설과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근자에 들어서는 NSC(국가안보회의)를 포함한 한국 정부가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핵 해법과 관련한 정교한 시나리오를 마련했고,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이 같은 수순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떻든 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지난 5일밤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재선축하 전화를 걸어 "부시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하게 북핵문제를 두 정상의 역점 프로젝트로 해결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일대 전기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표명이 실제 성사되기 위해서는 부시 대통령의 지지가 없이는 현실화되기 힘든 한계가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부시 대통령이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뜻에 반대의사를 피력할 경우 문제는 예상외로 복잡해진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가능한한 노 대통령과 이견을 부각시키지는 않는 쪽으로 방향을 이미 정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신들은 부시의 2기 내각이 공식 출범하는 내년 1월까지는 북핵문제와 관련,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앞으로 북핵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하는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와 이견이 발생할 경우 양국간 고위급 실무접촉을 통해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이후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한 차례 더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티아고연합)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