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시 서구 평리1동 '들마을 공원'. 초등학생 10여명이 놀이시설을 타며 놀고 있었지만 주위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먼지가 소복히 쌓인 낙엽들과 아이들이 먹고 버린 각종 간식 봉투가 나뒹구는 가운데 벤치 한쪽에는 누군가 먹다버린 막걸리통과 김치 봉지로 심한 악취가 풍겼다.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정비한 주택가 근린공원이 관리 부실로 거의 쓰레기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방치되고 있다.
불법투기를 막는다며 아예 처음부터 쓰레기통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무심코 쓰레기가 쌓여있는 곳에 계속 버리고 있다.
초등학생 이모(11)양은 "정자에서 할아버지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을 자주 봤다"며 "친구들끼리 쓰레기를 한두번 주워봤지만 자꾸만 생겨서 이제는 포기했다"고 했다.
쓰레기통의 위치를 묻자 아이는 나무에 걸린 2개의 포대자루를 가리켰다.
놀이시설도 망가진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평리초교 4년 최모(11)군은 "지난 주에는 부러진 시소를 타다 친구가 머리를 땅에 부딪혀 집에 실려갔다"고 했다.
체육시설 이용 안내문이나 음용시설도 없었다.
평리4동 '신평공원'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음식물쓰레기 전용수거함 속에 버젓이 나뭇가지들과 낙엽들이 들어가 있었고, 시소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해 아무도 타지 않았다.
인근 주민은 "얼마 전에 만들어 놓은 공원이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렸다"며 "한두번 쓰레기를 주워봤지만 이내 포기하게 된다"고 푸념했다.
서구 내당동 '삼익공원'에는 분수대 바닥이 부서져 2m 길이의 합판으로 덮어놓은 상태. 거대한 낙엽쓰레기장으로 변한 이곳은 2개의 벤치 등받이가 망가졌고, 용도를 알 수 없는 포대자루가 방치돼 있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말순(82) 할머니는 "공원에 들어서면 불쾌하기 짝이 없다"며 "함께 놀던 노인네들도 먼지가 날리고 지저분하다며 어디론가 다 떠나버렸다"고 했다.
아파트 관리소장은 "망가진 분수대에 빠져 다친 주민이 생기는 등 문제가 많아 구청에 몇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동사무소에 공원 관리를 요청해 놓았고, 공원 관리위원도 위촉한 상태"라며 "하지만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들마을공원과 신평공원은 지난 5월과 6월 4억6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재정비됐고, 서구에는 모두 22곳에 12만9천860평 규모의 도심공원이 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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