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 '휴대폰 부정' 사실로 확인

학생 7명 주도…선후배 90여명 연루

지난 17일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에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저질러졌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교육계 풍문으로 떠돌던 '수능 괴담'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수능시험의 신뢰가 크게 떨어지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20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1차 수사 결과를 발표, "수능 시험과 관련한 부정행위 모의 첩보를 입수, 확인 작업을 벌여 일부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루자 규모

이번 사건에는 총 90여명의 학생들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광주 S고교 L(19)군 등 6개 학교 7명의 수험생과 공부를 잘하는 소위 '선수'로 불리는 학생 40명, 공부가 다소 떨어지는 일반 수험생 10명, '도우미'로 불리는 이들의 후배 40명, 이들의 부탁을 받고 휴대전화 명의를 빌려준 선배 3명 등 총 90여명이다.

경찰은 이들 학생 외에 가담자가 더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9일 소환한 L군 등 2명과 이날 추가로 입건한 4명 등 6명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하는 한편 나머지 수험생 1명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범행 계기

L군 등 부정행위를 주도한 7명은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동창들로 지난 9월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학생들을 설득해 수험장에서 휴대전화로 서로 잘하는 과목 답안은 보내주고(송신) 취약 과목의 답은 공부를 잘한 학생으로부터 받아(수신) 서로 득점을 올리자'고 모의했다.

이른바 분담과 협업을 통한 '성적 올리기'에 의견 일치를 봤다.

이들은 각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 40여명을 끌어 들인 뒤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생 선배 3명에게 '학생증을 빌려달라'고 한 뒤 이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설하고 뚜껑이 열지 않아도 수신이 가능한 '바(Bar)형' 휴대전화 40대를 서울에서 구입했다.

대량 구입에 따른 의심 등을 피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한 대리점에 팩스밀리를 통해 신청서를 보낸 뒤 휴대전화는 우편으로 받았다.

대당 가격은 13만원.

▲범행 수법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당초 알려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방식 외에 '모스' 신호방식을 함께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선수'들이 휴대전화 2개를 들고 고사장에 들어가 어깨나 허벅지 부위에 부착한 뒤 문제를 다 풀면 어깨 부위를 정답 번호 숫자만큼 두드려 신호음을 광주북구 용봉동 모 고시원 4개 방에서 대기하던 후배 도우미 40여명에게 전달했다.

도우미들은 전달 받은 답안 중 다수의 답안을 정답으로 간주, 이 답을 다시 정리한 뒤 선수들과 일반 수험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송했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송신용, 수신용, 중계용 등으로 나누는 등 치밀한 역할분담을 통해 단시간에 많은 공범들이 정답을 공유하는 방법을 썼다.

과거 고사장 밖에서 소형 무전기 등을 통해 정답을 불러주는 고전적 수법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브로커 개입 의혹

경찰은 이번 사건에 브로커 등 외부 세력이 없는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휴대전화 명의를 빌려준 선배 3명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이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번 사건이 브로커가 개입된 조직적 시험 부정이라기보다는 이들 7명의 학생들이 주도한 단순 시험 부정행위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 브로커 등이 개입한 흔적이나 가능성이 높은 글들이 오른점 등으로 미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를 펴고 있다.

▲향후 수사 방향

경찰은 현재 신병이 확보된 6명의 진술과 통신자료 등을 토대로 가담 규모 및 범행 동기, 브로커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경찰은 부정행위 가담 학생 중 일부가 휴대전화 구입비를 거둔 사실 외에는 금품이 오간 사실은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3개 이동통신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증거 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70여개와 충전기 등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된 학생들이 가담한 학생들의 인적사항 등을 잘 기억하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휴대전화 구입 과정 및 통신 관련 자료 확인을 통해 부정행위 가담자를 파악, 가능한 한 빨리 신병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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