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미국의 세계적 인기 래퍼인 에미넴은 그의 신작 뮤직 비디오에 마이클 잭슨의 아동 성추행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을 담았다. 에미넴은 우스꽝스런 의상으로 아이들과 뛰어놀면서 "이리와. 내 무릎에 앉으렴 아이들아…"라는 노래를 불러 잭슨이 뮤직 비디오 회수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소동이 일었다.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icon)이라 할만한 잭슨의 아동 성추행 혐의는 지난 93년부터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려, 지금도 7건의 아동 성추행혐의 등으로 기소돼 있다.

◎…세계적으로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호주에서도 30대의 유부녀 여교사가 10대의 남자 아동을 성노리개로 삼았다가 체포된 바 있다. 우리 사회도 여기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울산의 한 20대 가장이 이웃 여자어린이 11명을 성폭행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아동 대상 성범죄가 위험수위에 와 있음을 경고해 준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의 상습화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때문에 쉬쉬 하다보니 독버섯은 자꾸만 번져간다.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피해자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큰 고통을 안기는 가정파괴죄이다. 9살때 이웃집 아저씨에게 당한 성폭행 때문에 21년 후 결국 가해자를 살해한 뒤 "나는 짐승을 죽였다" 고 울부짖었던 1991년의 '김부남 사건'은 아동기의 성폭행이 얼마나 잔인하게 한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가를 보여준다.

◎…외국에서는 아동 대상 성범죄를 뿌리뽑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다. 미국은 2000년부터 어린이에 대해 두 번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무조건 무기징역에 처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영국도 13세 이하 아동에 대한 성범죄 경우 최고 종신형, 13~16세 아동에 대해서는 최고 10년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앞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한 수위 높여 죄질이 나쁜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경우 얼굴사진과 주소까지 공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법만 업그레이드 시키면 뭘 하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던 워즈 워드 시(詩)의 의미를 되새겨볼 때다. 어린 싹을 무참히 잘라버리는 인면수심의 파렴치범에겐 일벌백계의 중벌이 가해져야 한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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