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월지나도 고마움 잊어선 안돼죠"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 주민들

"마을 사람들을 내 몸 같이 아끼셨던 두 분의 아름다운 마음을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뒤늦은 공덕비로나마 감사를 드리려 합니다."

포항에서 가장 오지로 8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의 일명 '돈들걸'.

지난 20일 이 마을 회관에서는 회관 옆에 나란히 세워진 '헌성비(獻誠碑) 제막 및 인동부사비(仁同府使碑) 복원식'이 열렸다. '헌성비'는 이 마을 출신으로 지난 98년 작고한 고(故) 이상옥옹이 지난 92년 마을길을 닦는데 써 달라며 1억원을 내놓은 것을 기념해 세운 비. 당시 포항에서 사업을 하던 이옹은 고향마을 진입로가 비포장 산길이어서 차가 제대로 못 다닌다는 소리를 듣고 1억원이란 큰 돈을 선뜻 내놓았고 다른 출향인사 및 주민들도 정성을 모아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내게됐다.

'인동부사비'는 조선말 인동부사(仁同府使) 서필도(徐必道)가 이곳에서 잠시 살다 떠나면서 자신의 땅 약 200마지기를 희사한 것에 대해 고마워하며 지난 1914년에 세운 것. 마을 입구 느티나무 고목 옆에 있던 '대구인(大邱人) 인동부사 서필도 불망비(不忘碑)'는 오래돼 훼손될 위기에 놓인 것을 다시 복원, 이날 제막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의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정연걸(58'죽장면 두마리)씨는 "두 분은 마을 사람들에게 용기를 잃지 말고 잘 살도록 힘을 불어넣어준 은인"이라며 "손으로 별을 만진다는 하늘 아래 첫 동네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지상천국 별동네를 만드는 것이이야말로 두 분의 마을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마을 대'소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이옹의 맏아들인 병희(67'대구 동광목재대표)씨와 둘째아들 동희(57'대구 동원목재대표)씨도 참석해 "평소 고향사랑이 남달랐던 부친의 마음을 주민들이 알아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서 부사의 후손 서석보(용흥중학교장)씨도 참석, 선조의 기념비 복원에 대해 "세월이 가면 사람의 마음도 바뀌는데 정과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두마리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m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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