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더니 아니다.
가을은 천고아비(天高我肥)의 계절이다.
말이 살찌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이 찌고 있다.
도대체 뭘 얼마나 먹은 거야? 일어나자마자 사과 2개 깎아 먹고, 아침은 시댁에서 가져 온 배추쌈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아무리 야채를 좋아해도 그렇지 아침부터 쌈을?'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침에 쌈을 먹는 것은 우리 집에서는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아침 먹은 지 얼마 됐다고 또 입이 궁금한 거야? 작은 아이 빼빼로데이에 남자 친구로부터 받은 거라고 아끼고 아끼며 안 먹고 있는 빼빼로 하나 먹어버리고. '먹고 잔소리 좀 들으면 되지 뭐. 영 안 되면 사다준다.
' 식욕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굵어진 허리 줄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러면 안돼∼ 안돼∼ 돼∼ 돼∼ 돼. 그래, 먹자. 먹고 열심히 운동해서 다시 빼면 될 거 아냐?'
하루 종일 컴퓨터만 두드리고 있으면서 이렇게 먹어대니 나오는 것은 배뿐이다.
이러다 '고복동' 되는 건 시간문제다.
고복동을 모른단 말인가? '고'등어 '복'판 '동'가리 같이 오동통, 볼록한 배가 된다는 말씀.
일이 바쁘긴 바쁜 모양이다.
점심도 거른 채 정신없이 몰두한 것을 보면. 친척 결혼식 다녀 온 남편이 바빠서 못 간 마누라 일하느라 점심도 안 챙겨먹고 배고플까봐 떡이며 빵이며 가져왔는데 이렇게 반갑고 감격스러울 수가. 이거 정말 천고아비(天高我肥)다.
겨우 말과 동급이란 말인가?
잠시 쉬자 싶으니 배가 연신 신호를 보낸다.
결국 아이들 간식거리인 고구마에까지 손을 댔다
갑자기 군고구마는 너무 싱거워 맛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팍팍 들면서 내 손은 어느새 고구마 썰고 호박 썰고 올리브유를 튀김 팬에 붓고 있다.
'그래, 이 맛이야. 쫀득한 소스에 묻힌 달콤한 이 맛. 사람이 즐겁게 살아야지 말이야. 먹고 싶은 것도 안 먹고 참으며 개미허리 만들어 뭐 할 거야?'
힐끔 남편의 눈치가 보인다.
'마누라야, 고복동이라도 좋다.
건강하게만 살아다오.'
뭐, 이래주면 좋으련만. 찌릿! 째려보는 눈이 슬며시 아래로 가고 있다.
볼록해진 배로.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고구마 큰 것 1개(400g), 단호박 200g, 설탕 100g, 물 2큰술, 검은통깨 1작은술, 올리브유(식용유)
◇만들기=①고구마는 깨끗이 씻은 뒤 껍질을 벗기고 한입 크기로 어슷하게 썬 뒤 찬 물에 담가 전분을 빼 준 뒤 물기를 제거한다.
전분을 빼주지 않으면 튀길 때 지저분해지거나 쉽게 탄다.
②약 170℃ 정도에서 속까지 익도록 2번 튀긴다.
고구마는 오래 튀기면 기름이 스며들어 맛이 없어진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익혀 튀기는 것도 한 방법. ③껍질을 벗긴 단호박도 비슷한 크기로 썰어 튀긴다.
④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두른 후 설탕과 물을 넣고 약한 불에서 캐러멜 소스를 만든다.
이때 젓지 않아야 하며 갈색으로 변하면 젓가락으로 떠올려보아 실처럼 묻어 올라오면 불을 끈다.
⑤시럽이 식기 전에 튀겨 둔 고구마와 단호박, 검은 통깨를 넣고 골고루 섞는다.
⑥접시에 담을 때 접시 바닥에 기름을 얇게 바른 후 담으면 맛탕이 접시에 달라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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