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동길의 베트남 여행기-(12)바다에 솟은 3천여개 섬들

하롱만 신비스런 절경 감탄 절로

하노이의 8월은 장마철이라 그런지 그날따라 짙은 먹구름이 새벽녘부터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오전 8시에 하롱만(Vinh Ha Long)으로 떠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숙소를 나서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빗줄기속을 서너시간 달려 바이짜이 선착장에 도착했다.

버스안에서는 잠을 자느라 흐르는 시간을 잊고 있었지만 내려서 저 멀리 바다를 바라본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롱만은 듣던 데로 환상적인 바다의 계림이었다.

바다 위에 솟아 있는 3천여개의 크고 작은 계림들이 잔잔한 옥색 바다에 드리운 것만으로도 환상적이었다.

광활하고 장엄한 하롱만의 계림들이 빚어내는 숨막히는 신비스러운 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롱(下龍)은 용이 바다에 내려온 것을 나타내며 베트남에서는 두번째로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하롱만 일주여행은 대개 바이짜이 마을에서 시작된다.

뒤로는 바이짜이, 오른편에는 혼게이 마을을 배경으로 크루즈 배는 하롱만으로 빠져 들어간다.

승선장을 출발한 배위에서 본 근처의 항구에는 올망졸망한 어선들이 많이 정박해 있어 평화로운 하루를 알려 주는 듯했다.

바다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산물을 실은 어부들의 작은 배가 붙었다

신선한 해산물을 팔기 위함이다.

몇몇 관광객이 주문을 하니 몇 가지 해산물을 넣은 봉지를 건네준다.

코끼리 섬, 개 섬, 투계 섬이라고 설명하는 안내인의 말에 따라 기암괴석을 바라보니 정말 그렇게 보였다.

이윽고 크루즈 배는 티엔쿵(Thien Cung=하늘의 궁전) 종유동굴이 있는 작은 섬에 닿았다.

동굴 내부는 높고 넓었으며 조명 불빛은 동굴 안을 온통 환상적인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다시 배에 올라 깟바(Cat Ba)섬으로 향했다.

깟바 섬은 바이짜이에서 15km 지점에 있는, 하롱만에서 가장 큰 섬이다.

이 섬은 국립공원으로 산과 정글을 즐기면서 트레킹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며 동굴, 폭포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깟바섬에 도착하니 어두워져 숙소에 짐을 풀었다.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섬이긴 했지만 호텔, 레스토랑, 가라오케. 간이주점이 여기저기 있어 불편함은 없었다.

마침 호치민에 거주하는 교민을 만나 함께 방을 이용하는 길동무가 됐다.

저녁에 해변가 간이 카페에 들러 구운 해산물을 안주 삼아 술 한 잔을 기울이는 정취는 정말 좋았다.

밤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다음날 일정이 걱정스러웠지만 아침에는 화창한 날씨로 변해 있었다.

지쳐서 국립공원 트레킹은 포기하고 하롱만 일주를 시작했다.

하롱만 일주가 시작되자 서구인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수영복 차림으로 선상 이곳저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낮 시간이 가까워 올 무렵 다른 크루즈가 멈춰 있는 바다 한복판에 우리 배가 멈췄다.

조용하고 잔잔한 바다, 그 옥빛 물에 매료되었는지 여행객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바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바다의 계림을 뒤로 한 채 늦은 점심때에 바이짜이 선착장에 도착해 하노이행 버스에 오르니 금방 돌아선 하롱만이 아롱거려 긴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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