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과 백화점간 '영역'이 급격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묶음판매, 박리다매의 대명사인 할인점들은 의류, 잡화를 중심으로 중·고가 브랜드를 앞세워 백화점에 도전장을 던졌다.
고급화로 할인점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던 백화점들도 할인점의 주종목인 중·저가 의류 및 화장품을 발빠르게 입점시키는 등 할인점 영역으로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다.
유통 전문가들은 "불황 탈출을 위한 할인점-백화점의 상호 영역침범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소비자들로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할인점의 대공세=2000년 3천500억원대에 머물던 신세계 이마트의 의류패션 매출규모는 지난해 9천600억원을 넘어선데 이어 올해엔 19일 현재 1조1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캐주얼 및 스포츠 의류. 체이스컬트 뱅뱅 인터크루 잠뱅이 톰스토리 티피코시 베이직하우스 크렌시아 등의 캐주얼 브랜드와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르까프 프로스펙스 등 스포츠 의류 브랜드가 매출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1999년부터 입점한 중·저가 신사복들도 할인점 매출증대의 일등공신. 초기에 40억원이던 신사복의 한해 매출이 지난해엔 550억원을 넘었다.
내의, 란제리도 백화점 영역을 넘보는 대표적 상품들. 이마트에서만 연간 1천5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고객 반응이 좋자 국내 빅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까지 할인점으로 선회하고 있다.
로레알파리 시세이도와 같은 화장품, 아르마니 시계 등도 이마트 매출증대에 일조하는 상품들로 꼽히고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아예 '백화점같은 할인점'을 중요한 컨셉트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매장 고급화는 물론 상품 구색 또한 백화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꾸준히 강화하는 추세다.
'넘버원 포 키즈' 존을 구성해 국내·외 유명 유아동 브랜드를 갖춘 데 이어 백화점에서만 취급하던 것으로 여겨지던 브랜드 상품과 고가 상품도 속속 입점시키고 있다.
명품 브랜드 기획전을 열고, 골프용품이나 고급가전 제품, 고가 주류 매장을 통해 백화점 고객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97년 1호점인 대구점부터 홈플러스는 골프매장을 갖추고 200개 이상의 클럽과 300개 이상의 골프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압소바 쇼콜라 해피아이 등의 아동복과 코렐 겐조 등의 식기류, 보석브랜드 골든듀가 할인점용 브랜드로 내놓은 디오미오 등도 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입점시킨 홈플러스 상품들이다.
홈플러스 잡화팀 이명호 과장은 "종전에는 싼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상품이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엔 고급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높아진 요구를 반영해 유명브랜드 위주의 가격파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고객들은 고급 제품을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태·가격 파괴에 나선 백화점=롯데백화점의 가장 일반화한 업태파괴 부분은 젊은층을 겨냥한 '영캐주얼'. 외환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가두점(로드숍) 영업을 하는 브랜드는 백화점 입점이 힘들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지오다노 TBJ 등 이른바 이지캐주얼 브랜드들이 백화점 '영존(Young Zone)'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백화점 영캐주얼 매장은 동성로를 방불케 할 정도다.
저렴한 가격에다 브랜드 자체적으로 '스타마케팅'을 통해 구축한 높은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백화점도 이들 브랜드를 제외하면 '장사하기 쉽지 않은' 추세라는 것. '가격파괴'를 외치는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들도 백화점 입점 러시를 이루고 있다.
롯데백화점 상인점이 할인점 상권성격이 강한 달서지역을 시장 조사한 후 영캐주얼 브랜드와 함께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 매장을 오픈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서충환 홍보매니저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모두 점포 위주의 확장전략이 한계에 달한 만큼 이제는 개개 점포의 경쟁력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며 "백화점-할인점 업태간에 많은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아백화점 역시 2000년 이후 중저가 캐주얼에 대해 별도의 매장 공간을 할애할 정도로 캐주얼 매출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성점 경우 올해 중저가 캐주얼 매출액이 작년에 비해 54% 신장했다.
영화관 입점을 계기로 젊은 고객의 증가와 함께 새롭게 이지 캐주얼 전문관을 구성한 것이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는 분석. 중저가 캐주얼 중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로 지오다노 U2 마루 베이직하우스 라디오가든 TBJ 엔진 카파 ASK 등을 꼽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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