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능부정·아무나 추적…휴대폰 '폐해' 심각

최모(24·여)씨는 최근 헤어진 애인이 자신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복제한 뒤 '친구찾기' 부가서비스를 개통, 자신의 행방을 추적해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전 애인은 위치추적을 희망하는 사람들로부터 50만원씩을 받고 휴대전화 복제를 해주는 전문일당에게 의뢰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또 휴대전화를 공짜로 수리해준다는 말만 믿고 신모(27)씨에게 신분증을 건넸던 김모(27)씨는 이달 중순 요금 30여만원이 연체됐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 경찰조사결과 김씨는 뒤늦게 신씨가 자신의 명의로 일명 '대포폰'을 만들었고, 실컷 쓰다가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휴대전화 폐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수능시험에 부정행위 도구로 쓰이는가 하면 각종 부가서비스로 무장한 휴대전화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문제를 쏟아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휴대전화 부가서비스는 250여 가지. 특히 사생활 침해 논란이 가장 많은 것은 '위치확인 서비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이달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01명 중 237명(59%)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휴대전화 위치추적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또 얼마 전 부산에서는 내연남이 휘두른 흉기에 상처를 입고 입원한 이모(42·여)씨가 경찰에 몰래 신고하려고 휴대전화를 켰다가 '통화가능 통보서비스'를 도용한 내연남에게 들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

디지털카메라와 맞먹는 고화소를 갖춘 '디카폰'이 등장하면서 '몰카 공포증'도 일고 있다. 특정 신체부위를 몰래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일이 급증하기 때문. 여대생 박모(22·북구 침산동)씨는 "진동모드로 해놓고 사진을 찍으면 소리도 안 난다"며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주위를 의식하게 된다"고 했다.

일명 '대포폰', '쌍둥이폰'을 이용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초 대구에서는 휴대전화 할부판매 약정서를 위조한 뒤 휴대전화 42대를 구입, 2천800여만원을 챙긴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고유번호를 복제해 만든 일명 '쌍둥이폰'은 인터넷 휴대전화 결제서비스에 이용된다. 쌍둥이폰으로 물건을 구입하면 대금은 영문도 모르는 원주인에게 부과된다. 지난 19일엔 쌍둥이폰 5천대를 만든 뒤 휴대전화 결제를 통해 사이버머니 40경원(현금 5억원 어치)을 사들여 되판 이모(30)씨 일당이 경북에서 검거됐다.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뱅킹처럼 인증키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휴대전화 범죄를 막을 길이 없다"며 "휴대전화 범죄는 개인이 아무리 조심해도 소용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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