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 제언-의대, 갈까 말까

서울대 위에 의대가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의대 열풍이 거세다.

이유는 모든 직업의 미래가 불확실한데 반해 의사는 안정적인 지위를 유지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우수 인력의 이공계 기피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한편으로 의료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능 시험을 친 후 진로가 걱정되는 지금 의대를 가야할지 말아야 하는지를 짚어 본다.

작년 의대에 들어 온 이모(20)군은 고민이 빠져 있다.

과학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서 공대를 꿈꾸었지만 막상 수능을 친 후 최상급의 성적을 받았고 주위의 권유에 따라 의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의대 내에 퍼져 있는 위기감을 접하다 보니 앞으로의 진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계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최근의 의사 신문에는 경영난 때문에 자살한 의사들 얘기나 불경기와 더불어 속출하는 폐업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70%가 앞으로 의사들의 사회적 지위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의사를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42%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의대의 미래는 어떨까.

의대의 매력을 살펴보자. 첫째, 의료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치료만 하던 것에서 예방 및 식생활, 운동 등 건강 증진에까지 의료계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둘째, 의료 행정, 제약, 언론, 연구직, 국제 기구 근무 등 이제까지는 의사들이 외면했지만 의사로서 진출이 용이한 분야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의사들은 과거보다 나빠진 의료 환경으로 미래에 비관적이지만 다른 직종에 비해 직업의 만족도 및 안정도가 그래도 높게 유지되리라는 점이다.

그럼 불안한 점은 어떤 것일까. 첫째, 앞으로 의료계의 변화는 예측 불가능이다.

영리법인 인정과 의료 개방 및 사보험 도입은 의료 기관을 극단적인 경쟁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의원들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나타내는 지금, 자금과 실력이 처지는 한해 4천명의 졸업생들은 더욱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의대에 들어 온 후 의료계 실상을 알고서 미국 의사 자격을 따기 위해 공부 모임을 만들고 활발히 정보 교환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도 국내 의료계의 미래를 어둡게 보기 때문이다.

둘째, 이제 의사도 평생 직업이 아니다.

평균 18년을 공부 한 후 10년 정도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다.

개업이나 봉직의 모두에 해당되는 얘기이다.

셋째, 흔히 이제는 BT(생명 공학) 시대라고 하지만 실상이 많이 왜곡돼 있다.

국내에서는 여건 조성이 안 돼 있고 외국에 진출하는 것 또한 한정돼 있다.

공대 분야에 소질이 있는 경우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공대로 가는 것이 옳다.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 의대에 와도 10만명 의사 중 한명이고 안정성이나 수입 또한 우수한 연구원에 비해 낫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필자는 의대 진학을 조건부로 찬성한다.

부모 관점에서 현재 의사들이 잘 살고 있고 안정적인 직업이므로 진학하려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평균 소득도 많이 떨어질 것이고 안정적이고 평생 직업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봉에도 의사로서의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여러 분야에서 의사만이 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말 자기의 적성이 무엇인지 장래는 어떻게 될지 냉정하게 따져 보길 바란다.

임재양(외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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