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신기한 구슬

옛날에 어떤 총각이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구렁이가 새끼 꿩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걸 봤어. 꿩이 불쌍해서 지게작대기로 구렁이를 후려쳐서 쫓았지. 그런데 구렁이가 쫓겨가지 않고 덤비다가 그만 지게작대기에 맞아 죽어버렸어.

그러고 나서 몇 해 뒤에 이 총각이 장가를 가게 됐어. 장가들러 색시 집을 찾아가는 길인데, 전에 나무하던 산모퉁이를 딱 도니까 커다란 구렁이가 나타나더니 앞을 턱 가로막네.

"나는 전에 네가 죽인 구렁이의 아내다.

남편의 복수를 하려고 기다렸다.

당장 목숨을 내놓아라."

신랑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기가 막히거든. 장가도 못 가고 죽을 판이니 기가 막히지 안 막혀? 그래서 구렁이한테 사정을 했어.

"내가 지금 장가들러 가는 길이니 딱 사흘만 기다려 다오. 사흘 뒤면 색시를 데리고 이 길로 다시 돌아올 테니 그 때 잡아먹어라."

구렁이도 그 말은 들어 줘서 신랑은 무사히 색시 집으로 갔어. 그런데, 사흘 뒤에 죽을 것을 생각하니 어찌나 슬프고 억울한지 밥도 안 먹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지. 색시가 보고 왜 그러느냐고 묻기에 신랑은 사실대로 말해 줬어. 일이 이만저만해서 사흘 뒤에는 구렁이한테 잡아먹히게 됐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고 색시가 한참 생각하더니 너무 걱정 말라고 그래.

이러구러 사흘이 지나고 돌아가는 날이 됐어. 신랑은 색시와 함께 오던 길로 다시 갔지. 산모퉁이를 딱 도니까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구렁이가 나타나서 앞을 턱 가로막거든.

"약속대로 네 목숨을 내놓아라."

이 때 색시가 썩 나서더니 구렁이한테 따지고 들었어.

"네가 내 남편을 잡아먹으면 나는 앞으로 어찌 살란 말이냐? 내가 늙어죽을 때까지 먹고 입고 쓸 것을 내주고 나서 잡아먹든지 말든지 해라."

구렁이가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더니 입에서 구슬 하나를 토해내 주더래. 가만히 보니까 구슬은 구슬인데 여섯 모난 구슬이야. 색시가 구슬을 받아 들고 물었지.

"이까짓 구슬 하나로 어떻게 먹고살란 말이냐?"

"그것 하나면 평생 먹고 입고 쓰고도 남을 것이다.

"

구렁이가 구슬 여섯 모를 하나씩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첫째 모를 문지르면 먹을 것이 나오고, 둘째 모를 문지르면 입을 것이 나오고, 셋째 모를 문지르면 살 집이 나오고, 넷째 모를 문지르면 하인이 나오고, 다섯째 모를 문지르면 집짐승이 나오니, 이래도 못 살겠느냐?"하거든. 그런데 마지막 여섯째 모는 뭔지 안 가르쳐 주더래. 아무리 가르쳐 달라고 해도 안 가르쳐 줘. 그래서 색시가 그걸 가르쳐 주기 전에는 내 남편을 절대로 못 잡아간다고 버텼지. 그랬더니 구렁이가 할 수 없이 가르쳐 주는데,

"그건 미운 놈에게 겨누면서 죽으라고 하면 죽는 모다.

"

이런단 말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색시는 구슬 여섯째 모를 구렁이한테 겨누면서,

"내 남편 잡아먹으려고 하는 너 같이 미운 놈이 또 어디 있겠니?"

하면서 죽으라고 했어. 그랬더니 구렁이는 그 자리에서 그만 죽어버렸지.

색시는 구슬을 가지고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서 잘 살았대. 언제까지 살았는고 하니 어저께까지 살았더래.

서정오(아동문학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