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부산시청에 갔다가 그곳 분위기에 압도(?)된 적이 있다.
시청을 새로 잘 지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만큼 번듯할 줄은 미처 몰랐다.
1998년에 완공된 부산시청은 지하 3층, 지상 28층의 매머드 건물이다.
널직한 1층 로비에 오가는 민원인들, 깔끔하고 현대적인 사무실… 마치 서울에 있는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 본사를 찾은 느낌이었다.
대기업 사원마냥 바쁜 걸음으로 왔다갔다하는 공무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대구시청은 어떤가. 좁고 볼품없는 건물이라고 하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지하 2층, 지상 10층 건물이나 상자식 외형에 기형적인 내부구조를 갖고 있다.
불과 11년전인 93년에 완공한 건물치고는 현대적인 개념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대구시의 쪼들린 살림살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다.
당시 청사공간 부족으로 연간 2억5천만원의 임대료 부담에다 부서가 곳곳에 흩어져 있어 민원인과 직원들의 불편이 컸다.
시는 예산부족에도 불구하고, 예전 청사 옆에 있던 유도장인 무덕관(1924년 건축)과 대구은행 건물 등을 헐어내고 신청사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당초 5층으로 설계됐으나 '너무 협소하다'는 비판에 따라 다시 7층으로 됐다가 결국 10층까지 높아졌지요." 공사비 111억원중 시금고인 대구은행에 50억원을 원조(?)받아 겨우 완공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런 과거를 본다면 요즘들어 공간부족에 시달리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해마다 기획단 같은 새로운 직제가 만들어지면 어디에 방을 만들어야 할 지 골치가 아픕니다.
좁은 공간을 또다시 쪼개고 배치하니까요."
다른 시·도에서는 '호화롭다'고 비판받는 간부들의 방도 검소하기 짝이 없다.
국장들의 사무실도 넓지않은 규모에 판넬로 벽을 만들어 놓았고, 정무부시장 비서실은 책상 두개를 놓고 나면 비서실 직원들이 아예 벽과 마주 보고 앉아있다.
올 7월에는 환경녹지국이 동인동의 동아빌딩으로 옮겨갔고 내년초에는 또다른 1개국이 같은 빌딩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다.
시는 이사를 가는 직원들의 불만이 너무 높아 해당 국 선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승진시 다면평가로 인해 동료들과 알아야 불이익이 없어 다른 곳으로 옮겨가길 꺼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구시는 다음달 신청사건립 타당성조사 용역을 주고 2012년까지 신청사를 건립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동대구역세권 개발과 함께 대규모 행정타운을 건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청사 규모가 지역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에는 먼 미래를 보고 시청을 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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