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중국의 커아이타오(可愛淘) 신드롬

최근 사회주의 심장부 베이징을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매우 이질적인 베이징의 두 모습을 보고 묘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눈부시도록 반짝거리는 명품 가게, 다른 사람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한 애정을 표시하는 젊은이, 배꼽에 피어싱을 한 여인, 마치 유럽 어느 도시를 옮겨놓은 듯한 모습, 이런 풍경은 낡은 베이징을 생기 돌게 하는 윤기이다.

또 한편에, 유랑민 가방을 힘겹게 메고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노동자, 쓰레기통을 뒤지는 걸인, 불심 검문하는 공안, 이것은 노동자의 유토피아를 꿈꾸던 마르크스와 마오저뚱이 상상할 수 없었던 베이징의 쓸쓸한 회색빛 풍경이다.

베이징에서 가르치던 학생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중국에서 시인은 만두도 못 사먹는다고 중국의 현실을 분명하게 나에게 말해주던 학생이다.

한국처럼 중국도 시가 돈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소설은 그렇지 않다.

이번에 보내온 소식도 이런 연장의 이야기다.

중국에서 출판된 한국 소설가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와 '늑대의 유혹'이 베스트셀러가 돼 수십만 권이 팔렸다는 것이다.

귀여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제천여고 재학 때 인터넷에 10대의 낭만적 사랑 이야기를 올려 폭발적인 인기를 끈 열아홉 소녀 이윤세다.

한국 소녀의 소설이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베이징 인터넷 뉴스에 "수천 명의 중국 작가가 한국 소녀 하나를 당하지 못했다"라는 기사가 떴단다.

문제는, 중국의 귀여니 신드롬을 우리가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에 있다.

대체로 한류 열풍의 일종으로, 중국 젊은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청소년 문화산업은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한류 열풍을 그렇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일부 젊은이들에게 한때 스쳐 지나가는 열병 같은 것,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사춘기쯤으로 가볍게 여긴다.

그것은 중국 정부는 달콤한 과육에 싸인 단단한 씨앗 같은 많은 중국 젊은이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교보서점보다 더 큰 왕푸징의 대형서점의 통로까지 꽉 메우고 소설보다 전문서적을 읽는 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그 진지한 현장을 지나치고, 우리는 중국 젊은이들이 한국의 귀여니를 커아이타오(可愛淘)라 부르며 열광한다고 믿는다.

이것은 우리의 착각일 뿐이다.

그렇다.

내일 싹을 틔우는 것은 달콤한 과육이 아니라 단단한 씨앗이다.

조두섭 시인·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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