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목공예품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져요."
손영학(40·대구보건대 아트센터 큐레이터)씨의 우리 목공예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요즘 대구보건대 아트센터에서 소장하고 있는 100~150년된 목공예품 600여점을 분류하고 정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는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고가구 사이를 오가며 목공예 자랑을 하느라 바쁘다.
"이 600여점 중 같은 작품은 단 한 점도 없어요. 이 장롱의 경첩 장식은 나비모양이라, 문을 열 때마다 나비가 팔랑거리는 느낌을 주죠. 또 서랍의 손잡이는 박쥐 모양이죠? 박쥐는 복과 자손의 번성을 뜻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됐어요."
손씨가 목공예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한 잡지사에 전통문화에 대한 글을 오랫동안 기고하면서부터. 전통문화 중에서도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목공예로 분야를 좁혔고, 그 후부터 목공예에 아예 푹 빠져버렸다.
단지 목공예를 조형적인 측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예품 속에 나타난 역사성과 의미를 찾아나가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대학에서 인류학, 문화재학 등 여러 인접 학문을 부지런히 공부하기도 했다.
목공예에 대한 그의 관심은 우리 목공예품의 제작기법과 시대적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기록하는 책으로 연결됐다.
우리문화를 알리는 방편으로 '책'을 택한 것. 지난 2000년 그는 자신이 만난 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정리한 책 '한국인의 솜씨'를 펴냈다.
지난해엔 이 책이 우리 문화를 외국에 소개하는 좋은 책으로 선정돼 영어 번역본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전통 목공예품을 알리기 위해 최근 어린이도서도 펴냈다.
2년6개월간 준비한 끝에 선보인 '나무공예'(나무숲 펴냄)는 어린이책이려니 하고 쉽게 보면 오산. 목공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쉽게 풀어낸 흔치 않은 책이다.
손씨가 목공예에 이렇게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도자기나 금속공예는 인위적 변형을 가했지만 나무는 자연 그대로지요. 못나면 못난 대로, 화려하면 화려한 대로 그 나름의 맛이 느껴지는 것이 목공예입니다.
100년 이상된 고가구들은 오랜 정성을 쏟은 손때가 묻어 있어 쓰다듬으면 온기가 느껴져요."
손씨의 목공예 예찬은 쉼이 없다.
"오래된 목공예는 모든 부분에 있어 지금 기술로 흉내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정성을 쏟은 만큼 혼이 느껴지죠."
하지만 그는 요즘 우리 생활 속에서 목공예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은 목공예라고 하면 금전적 가치를 우선 따집니다.
또 주거양식의 변화로 한옥처럼 자연스럽게 온·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나무는 쉽게 뒤틀리게 되죠. 이 때문에 사람들은 나무 제품을 점점 멀리합니다.
알고보면 나무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지금까지 계속된 도구인데 말이죠."
손씨는 "앞으로 일본 목공예와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보고 싶다"며 목공예품에 쏟는 열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