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는 지금-의원들의 돈가뭄

요즘 경기침체의 그늘이 여의도 국회의원들의 호주머니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집회를 통한 후원금 모집을 금지한 개정 정치자금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경기침체는 의원들의 돈가뭄을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초·재선 의원들은 더 할 나위 없고 심지어 3선 이상 중진의원들도 돈가뭄에 허덕거리는 게 요즘 여의도 풍경이다.

한 초선의원은 "지난달 140만원의 카드빚 때문에 혼쭐난 적이 있다"며 "한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해결하기는 했지만 요즘은 사실 너무 어렵다"고 호주머니 사정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대구에 있던 후원회 사무실도 폐쇄했고 지역의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도 유급에서 자원봉사로 돌렸다.

이 같은 돈가뭄은 의원들의 회식과 식사문화도 바꿔놓았다.

국회 도서관 뒤편 공사장 '함바'는 요즘 의원들의 인기있는 점심식사 장소가 됐다.

3천500원이면 푸짐한 식사가 제공돼 의원과 보좌진이 둘러앉아 점심을 먹는 모습은 진풍경에 속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2천원짜리 의원회관과 본청 일반식당을 이용하는 의원들도 자주 눈에 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직원들과 회식하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이런 돈 가뭄 현상은 우선 지난 3월에 바뀐 정치자금 제도에 기인한다.

법인·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집회에 의한 모금방법도 폐지됐다.

때문에 연말이면 진풍경을 이뤘던 국회 의원회관 후원회 풍경도 완전히 사라졌다.

개인에 의한 온라인 기부는 가능하지만 1회 30만원이 넘을 경우 실명이 공개되기 때문에 거의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의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실제로 후원금 잘 걷기로 정평이 났던 한 의원도 요즘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침 지난 2월 법이 바뀌기 전에 후원회를 해 아직 견디고 있지만 현재 후원회 계좌로 들어오는 돈은 월 100만원도 안된다"고 푸념했다.

소액 다수의 후원을 취지로 법을 바꿔 놓았지만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돈 가뭄과 초선 의원들의 튀는 행동을 연관시키는 시각도 있다.

한 의원은 "적은 돈이라도 기부하자는 취지에서 법을 바꿔 놓았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초선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초선들이 튀려고 하고, 무리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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