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당 불황' 속 성공비결 들어본다

식당 창업 가이드

창업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그래도 남는 장사'라던 식당마저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꽁꽁 얼었다는 식당 창업시장에서도 '꽃'은 피고 있다. 꽃을 피운 주인공들은 최근 창업시장의 성공 3박자인 '웰빙'-'박리다매'-'복고'를 조합,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얼음장 위에 꽃을 피우기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리밥이 황금알로

지난해 12월 대구 대명동 두류공원 네거리에 '고향정 보리밥 부페'를 차린 박경란(47·여)씨. 창업 후 1년 동안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60개를 내줬다.

대구에만 16개, 부산·경남 등 타지역에까지 '고향정' 브랜드가 퍼졌다. 창업가에서는 이를 '신기록'이라 부르고 있고, 그의 가게 덕분에 '보리밥 뷔페'가 유행으로까지 번졌다.

"가맹점이 나가기 전엔 본점에 하루 1천500명까지 손님이 들어온 적도 있었어요. 월평균 본점에서만 1억5천만원 정도 매출이 올라왔죠. 직원을 웬만한 소기업 수준인 19명까지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남편의 당뇨가 심해 집에서 보리밥을 자주 하다보니 "바로 이 음식이구나"라는 생각을 깨쳤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쌀밥 등 '흰색 위주 식단'은 힘을 쓰지 못한다는 판단에 이른 것. '검은 음식'을 찾아보자고 마음먹었다.

"경북 의성에서 제일 좋은 보리쌀을 가져오고, 온갖 나물을 갖췄죠. 첨가제는 깨소금과 참기름이 전부입니다. 복고풍이 유행인데 손님들에게 고향을 찾아 주고, 웰빙을 선사하는 겁니다. 1인당 가격이 3천500원이니 박리다매 성격도 담았죠."

그는 '식당의 색깔'을 정했으면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자신의 경우, 개업초반 4개월동안 손님이 오지 않아 해놓은 음식을 모두 버렸지만 인내심을 갖고 버텼다고 했다.

"손님이 안 온다고 내가 자신없는 메뉴를 만들고, 어제 만든 음식 또 내놓으면 결국 집니다. 성공하려면 충분한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창업 희망자들은 알아야합니다." 053)629-5252.

◇강원도의 힘(?)

10년간 옷장사를 했던 김복순(44·여)씨는 영업부진으로 전업을 결심, 지난 9월 대구 대곡동 수목원앞에서 '진배기 옹심이 칼국수'를 열었다. 개업 3개월이 지난 지금, 월평균 4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개업 첫날부터 국수와 육수가 동나버려 손님을 돌려보냈다. 강원도 음식으로 이름난 메밀과 감자를 주재료로 승부를 건 덕분이었다.

메밀로 만든 칼국수 면발에다 감자로 만든 옹심이(새알을 뜻하는 강원도말), 메밀만두, 감자송편, 메밀버섯전 등 그의 가게 식단엔 '옛날'이 가득하다.

"보통의 칼국수 재료인 밀가루는 소화가 더디고 칼로리가 높아 웰빙 음식이 아니라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대체 재료로 메밀을 선택했죠. 그리고 감자를 곁들였습니다. 강원도 토속음식을 대구에 심어보자는 것이었는데 주효했지요."

메밀은 밀가루보다 5, 6배나 비싸 원가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대부분 메뉴는 4천원짜리다. 이 가격대를 넘어서면 요즘 같은 불황기에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김씨 역시, 웰빙·복고·박리다매라는 3박자를 버무렸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옛날 생각 난다며 오시고, 젊은 사람들은 몸에 좋다고 옵니다. 젊은 사람 대다수가 화이트칼라들이죠."

그는 1년여 동안 요리 수업도 받았다. 남편은 물론 동네에서 알아주는 요리솜씨지만 식당 창업을 위해서는 '따로 공부'가 필요했던 것.

"강원도 음식이 대구에서는 생소한 것이다보니 서울을 오가며 요리공부를 했습니다. 1년간 투자한 금액도 적지 않았죠. 훌륭한 선생님 밑에서, 공부 많이 한 학생 성적이 우수하듯 창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준비한만큼 매출이 올라옵니다." 053)644-3315.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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