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포항 고속도 오늘 개통-(下)포항의 효과

구미~대구~포항 고속도로는 1차적으로 전자, 섬유, 기계, 조립금속 등 대구와 구미를 비롯한 경북 내륙지방에서 생산되는 공산품을 '영일만 신항'으로 실어나르는 산업동맥으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구~포항 고속도로는 대구·포항을 동일 생활권으로 묶어 대구·포항 시민이 같은 지역민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줄 것이다.

한나절 생활권을 출퇴근 생활권으로 바꿔 놨기 때문.

이에 따라 포항 지역민들의 생활 패턴 변화와 함께 경제·산업적 파급 효과가 적잖을 전망이다.

◆긴장하는 유통업체와 종합병원

대구에 본사를 둔 대구백화점은 최근 포항에서 고급 브랜드 등을 알리는 판촉 광고 전단지를 대량으로 뿌렸다.

대구 등 다른 지역 백화점이 포항시민들을 상대로 홍보전단지를 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백화점이 포항에서 광고전단지를 뿌린 것은 한마디로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포항의 상류층 고객을 겨냥한 판촉 활동 차원으로 알려졌다.

척추전문병원인 포항사랑병원도 최근 수억원을 들여 미국에서 디스크 전문치료 장비인 'DRS 3000tm'(무중력 디스크 감압치료기)을 들여왔다.

이 병원 문충국 사무국장은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앞으로는 대구, 서울 등의 대형병원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고가장비 도입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포항지역의 유통업체와 종합병원들이 긴장하고 있다.

고속도로 개통으로 포항 부자들이 명품 의류를 사기 위해 대구의 백화점으로 나들이하기가 훨씬 쉬워 졌기 때문.

포항 대백쇼핑 오주하 기획팀장은 "대구 소재 대구·동아·롯데백화점들이 포항의 상위층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항의 경우 대구보다 고급 브랜드 품목이 다양하지 못한 만큼 고객의 상당수가 대구로 발길을 돌릴 게 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름값, 고속도로 통행료 등을 감안하면 일반인들의 대구쇼핑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포항시 의사회 김두중 사무국장은 "고속도로 개통으로 종합병원 경우 환자들이 대구의 대학병원 등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의사회 차원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서비스 강화, 진료시설 향상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재래시장과 해안가 관광지는 부푼 기대

최근 포항죽도시장 회 상가번영회는 대구~포항 고속도로 통행증을 갖고 올 경우 횟값의 일정액을 할인해 주거나 주차비 무료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대구. 영천 등 내륙손님을 끌어 오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포항의 해안가 횟집이나 과메기 전문식당들도 고속도로 개통으로 대구에서 포항으로 회나 겨울철 과메기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크게 늘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포항 북부해수욕장 내 동원횟집 정석호 사장은 "대구~포항이 40분~1시간 거리면 퇴근 후 포항의 횟집에서 회식 등 각종 모임을 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추이를 지켜 봐가며 단골손님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죽도시장 상가번영회 안근국 사무장은 "종점인 포항IC에서 복잡한 도심지를 통과하는 것보다 아예 흥해나 청하 등 포항 외곽지 해안가로 가는 손님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프장도 기대에 부풀어 있다.

현재 골프회원권을 분양 중인 포항의 오션힐스(포항시 북구 송라면) 및 영덕의 오션뷰(영덕군 강구면) 골프장 경우 회원권 구입자 절반 이상이 대구권 사람들로 알려졌다.

오션힐스 박윤상 회원관리부장은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지금껏 경주로 가던 골퍼들이 소요시간이 비슷할 뿐 아니라 전망과 횟감 등의 장점이 있는 동해안을 택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골프손님들이 많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열차 무궁화 증편, 시외버스 일단 관망

포항역은 최근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따라 승용차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달 15일부터 1일 2차례 무궁화 열차를 운행키로 했다.

즉 기존 1일 20회(왕복) 운행하던 대구~포항 통근열차(통일호)는 그대로 운행하되 오전11시 포항발 무궁화호를 신설하는 한편 오후3시 포항발 통근열차를 무궁화호로 대체했다.

이와 함께 시간단축을 위해 무궁화호의 경우 경주역 대신 경주 변두리의 금장역에 세우도록 했다.

이럴 경우 기존 새마을 정차역(안강, 경주, 영천, 하양, 동대구)기준으로 대구~포항 간 무궁화호 소요시간은 통근열차 2시간보다 30여분 앞당겨진다는 것. 그러나 1일 편도 2회의 새마을호(포항~서울)는 그대로 운행한다.

박희채 포항역장은 "포항역 열차 이용객 중 40~50%가 대구, 30%가 서울인 점을 감안,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서울 방면의 고속철(KTX) 이용객의 편리한 환승을 위해 무궁화호를 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외버스업계는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개통됐지만 당장은 이 구간 운행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개통식 뒤 시외 버스업계 차원의 실사와 신규 노선 신청 등을 거쳐 운행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다.

한일여객 황순길 차장은 "포항IC에서 포항종합터미널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 문제점이 있는 만큼 당분간은 대구~포항 간 시외버스는 기존 노선대로 운행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운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는 큰 변화 없을 듯

대구~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지역 우수 중·고생들이나 고교 졸업생들이 대구소재 중·고교로 전학하거나 대학(전문대 포함)에 진학하는 등의 교육적 변화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교육청 김인하 학무국장은 "교직원들의 통근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는 있을 수 있으나 시간단축으로 인한 교육문제 때문에 대구로 가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린대 호텔관광경영계열 김정수 교수도 "장기적으로 전문대생들의 대구유출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당장은 큰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며 "포항을 비롯한 경북동해안 시·군의 경우 해양스포츠나 해수욕장 정비 등으로 손님맞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시의 대응은.

포항시는 최근 시장 주재로 고속도로 개통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을 선정, 해결함으로써 고속도로를 지역 경제 회생의 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시는 우선 중점과제를 △시내 진입도로 개설 및 연결로 확충 △대중교통 및 교통신호체계 개선 △수산물 소비촉진과 해양기반시설 확충 △해양문화 관광자원 인프라 확충 △지역상권 활성화 대책 추진(의료시장 등) △영일만신항 및 도시기반 시설조기건설 등으로 정했다.

특히 해양문화 관광자원 인프라 확충을 위해 골프장 및 마리나 시설 유치, 새천년 기념관 및 화석박물관 건립, 해맞이 축제를 비롯한 불빛·해병·과메기 축제 등 사계절 축제 개최, 해수욕장 특화 및 관광가이드북 제작 등을 통해 관광객을 적극 유치한다는 것이 포항시의 방침이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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