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家計 빚 급증, 국민들은 답답하다

가계 빚이 심상찮다. 빚의 대부분은 부동산 담보 대출로 두 집 중 한 집 꼴로 '빚 걱정'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까지 부동산에 발목이 잡혀 있으니 소비가 살아날 리 만무하다.

국민은행 연구소의 2004년 주택금융 수요 실태 조사 결과 올해 가구 당 금융부채는 지난해 보다 무려 18% 늘어난 반면 가구 당 연간 소득은 겨우 3.2% 늘어났다. 소득보다 주택구입용 금융부채 증가율이 더 높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계속 침체될 경우 가계 부실로 연결될 위험이 그 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월 소득 15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 가구는 소득의 40%를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사용할 정도로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순익을 남겼지만 내년에는 부동산 시장과 금리 동향에 따라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발표에서도 가계 빚은 9월 말 현재 사상 최대치인 465조원을 넘어서 가구 당 부채 규모가 3천만 원에 육박했다. 더욱이 내년에 집 값이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집을 팔아 대출금을 상환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전체 가구 중 절반 이상이 현재의 부채 규모를 걱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내년 경제운용의 사활을 내수 회복에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가계 빚 급증은 결국 소비와 투자 촉진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종전에는 나무(미시 부문)만 나빴으나 이젠 숲(거시 부문)까지 나쁘다고 한 것도 우리 경제 체질이 그만큼 허약해졌음을 말한 것이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도 '백약(百藥)이 무효'라고 했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구조조정은 고사하고 경기 조절 정책마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 답답한 건 국민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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