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改革 위해 날치기 합니다

국회 법사위는 어제 반(反)개혁'비(非)개혁의 60'70년대였다.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아 허리춤에 조자룡이 헌칼 차듯 꽂고 있는 체신머리 없는 장면, 그리고 우리당 최재천 간사가 넥타이가 돌아간 것도 모른채 '국회법' 책자로 책상을 탕탕탕 세번 치고 대업(?)을 이뤘다는 그 표정들이 카메라에 걸려도 그들은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

도대체 국보법 폐지안이 상정된건지 안된건지 국민은 알 수가 없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 '변칙 상정'이 있고 '상정 시도' '상정 논란'에다 '국보법 상정(하루만에) 효력상실'이란 제목까지로 각양각색이다. 상정이 된 것이라면 본란은 열린우리당의 반(反)개혁적 수단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옆방에 법사위원장을 뻔히 두고서 대리사회 말이나 되는가? 무엇보다도 숱한 민생법안 처리가 또 다시 물건너가는 '정국경색의 책임'을 여당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날치기란 욕을 먹어가며 상정한 것이 그야말로 '헛수고'라면 코미디의 압권이다. 국회법 78조가 규정한 바 의사일정에 올려 놓고도 회의를 다 못마쳤을 때는 다시 그 일정을 정해야 하는데, 최재천 간사는 탕탕탕 두드리기에 급한 나머지 그냥 산회를 선언했다. 이때문에 '실패한 날치기'로 판명나면 어제의 주인공 최재천 간사는 같은 당 이목희 의원 표현법으로 '×망신'이 되는 셈이다.

본란은 결국 여야의 이 같은 추태가 '국민의 뜻'은 외면한 채 양측 모두 자기 정체성의 족쇄에 함몰돼 있는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국보법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걸겠다는 방식, 국보법 폐지=정체성 붕괴라는 고집에서 비롯된 독선들이 국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식이면 임시국회도 열어 봤자다. 박용성 상의 회장의 말처럼 한국경제, 아니 한국정치도 백약이 무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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