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의보감 영화 대구서 만든다" 고향 찾은 박철수 감독

영화 '301·302', '산부인과', '학생부군신위' 등으로 잘 알려진 박철수(56) 감독은 '자본으로부터 가장 자유롭고 독창적인 감독'으로 불린다. 그가 지난 10여년 간 줄곧 선보여온 보편적인 질서나 고정 관념을 뒤집는 저예산 독립영화들 때문이다. 그런 박 감독이 귀가 솔깃해지는 소식을 들고 6일 대구를 찾았다.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허준의 '동의보감'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한 차기작을 대구·경북을 무대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영화 제작은 '동의보감'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문화 자산으로 복원하는 사업에 협조해 달라는 대구한의대의 요청을 박 감독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박 감독은 "세계적인 문화 자산인 한의학을 첨단 산업의 꽃인 '영상'에 접목시키는 시도"라며 "대학과 지자체 등의 협조를 얻어 15억~20억원 규모의 비교적 적은 제작비를 투입하되 사계절을 정교하게 스크린에 담아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으로 쓰여온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동의보감'을 해석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소설가 김영하에게 원작을 부탁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경북 청도에 태어난 박 감독은 대구상고를 졸업했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던 그가 대구의 취약한 대중문화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내년 3월부터 대구한의대 디지털문화콘텐츠학부 객원교수로 부임한다. 그는 연출론, 영화제작론 등을 강의하며 학생들의 감각과 감성을 깨우쳐 줄 계획이다.

한편 박 감독은 최근작인 '녹색의자'가 내년 1월 2일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열리는 2005년 선댄스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진출해 주목받고 있다. '301·302'(1995), '학생부군신위'(1996)에 이어 비공식 상영된 '산부인과'(1997)까지 포함하면 선댄스 영화제에만 벌써 4번째다. 그의 이전 작품과 맥을 같이하는 '녹색의자'는 성(性)에 천착한 영화. 7억원대의 제작비를 들여 30대 유부녀와 10대 남성의 격정적인 사랑을 그려낸 작품으로 아직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이 영화는 남녀의 성(性)을 리얼하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박 감독은 "어떠한 카메라 기교도 사용하지 않고 성(性)을 적나라하게 표현했기에 섣불리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녹색 의자'는 내년 2월 말 개막되는 제5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박 감독은 우선 해외 영화제를 거치며 인정받은 뒤 내년 3월쯤 국내에서 이 영화를 개봉할 계획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사진 :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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