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과 인종, 신분과 종교의 벽을 초월한 사랑으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렸던 한 남녀의 사랑이 결국 부서졌다. 바레인의 공주 미리엄 알 할리파와 전 미군 해병 제이슨 존슨. 5년전, 바레인에서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돼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들의 사랑은 왕실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 위조여권과 변장 등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도피했고, 불법 입국에 따른 추방위기, 계급 강등과 제대 등 고통의 터널 끝에서 끝내 결혼에 성공했다. 그들의 용감한 사랑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주었다. 그러나 그 사랑의 불꽃도 현실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변변찮은 벌이의 주차관리원 남편, 화려한 생활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아내, 메우기 힘든 간극은 결국 5년만에 이혼소송으로 끝나고 말았다.
비록 이국(異國) 남녀의 사랑이야기지만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지순(至純)한 사랑이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랬을 게다. 낙엽처럼 바싹 마르고 배배 틀어진 가슴들에 아름다운 향내로 남아있기를 원했을 게다. 때문에 그들의 파경소식은 사람들을 더한층 씁쓸하게 만든다. '목숨 끊어질 정도로 절박했던 사랑도 아픔도 그리움도/ 숯불 아궁이의 숯불처럼/ 잠들고...' 라는 한 시인의 시구처럼 사그라진 열정의 흔적만 남긴 채...
지순한 사랑의 실망스런 종말에 괜시리 허전해 하던 차에 40년의 세월조차 뛰어넘은 한 순애보(殉愛譜)가 그 틈을 메워준다. 지난 60년대초,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미국의 웨인 카펜터씨가 당시 사랑에 빠졌었던 한국여인을 찾는다는 신문기사다. 귀국한 뒤 2년간 수많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재회할 날만 기다렸다는 웨인씨는 어느 날 갑자기 답장을 끊은 그녀를 찾느라 백방으로 애썼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40여 년 세월 저 너머의 옛연인을 찾으려 애쓰는 이유에 대해 웨인씨는 말했다. "그녀는 내게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아직까지 지갑속에 그녀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는 그는 또 회한어린 고백을 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녀를 향한) 내 사랑이 이렇게 강할 줄 알았더라면, 결코 그녀를 떠나지 않았을 것" 이라고.
찬 바람이 불고, 잎을 떨군 나무들이 빈 몸으로 돌아가는 이 계절엔 흔히 사랑병도 깊어지기 쉽다. 주제넘지만 사랑으로 가슴앓이 하는 사람들에게 훗날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라고 부탁하고 싶어진다.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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