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道界지역 그곳에선-(4)경북 성주-경남 합천 가야산 개발 분쟁

전망탑 건립 다툼'세번째 힘겨루기'

"옛날처럼 사이좋게 오순도순 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가야산을 사이에 둔 경북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와 경남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 갈등의 싹은 역시 개발문제였다.

한 동안 시끄럽던 마을에 잠시 정적이 찾아왔으나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골프장 갈등(1라운드)에 이어 가야산 정상 다툼(2라운드)가 막 끝나자 마자 이번엔 가야산 전망탑 건립 문제로 3라운드가 시작된 것. 양측의 전적(?)은 1승1패.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가야산 국민호텔에서 합천쪽으로 3분쯤 달리다 보면 도로 오른 쪽으로 오르막 급경사인 임도(林道)가 낯선 발길을 반긴다.

흙길 따라 300여m쯤 오르면 사과 묘목을 심어놓은 3천여평의 과수원이 조성돼 있다.

1천432m의 가야산 중턱에도 못미치는 해발 524m 지점. 정면으로 가야산 정상과 만물상, 각종 기암괴석 등 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절경이 한 눈에 펼쳐진다.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데다 수려한 가야산 산새를 만끽할 수 있어 관광 전망대로 적지로 손꼽힌다.

아래로는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와 백운리가 도계(道界) 접경지역임을 알리는 표시판도 보인다.

백운리 주민 최상곤(38)씨는 "정면에서 병풍처럼 펼쳐진 가야산을 한 눈에 즐길 수 있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이곳에 전망탑도 세우고 휴게 ·편의시설을 조성해 관광객이 들끓게 해야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근의 가야산 야생화 생태식물원과 심원사, 독용산성 등과 연계해 전망탑까지 설치되면 관광코스로 각광받을 것"이라면서 "주민들의 개발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 합천쪽 반응은? 냉담하다.

야천리 '정골마을' 정기한(47) 이장은 "굳이 접경지역 코 앞에 전망탑을 건립하고 주변 공원지역을 개발하려는 것은 '가야산=성주'라는 홍보효과와 명산을 이용해 개발이익만 챙기겠다는 발상"이라며 반대했다.

정 이장은 "성주가 가야산을 야금야금 개발하며 우리 안방을 잠식하고 개발에 따른 오·폐수 등 환경 피해를 우리가 몽땅 입게된다"고 흥분했다.

이처럼 성주군이 합천과의 접경지역에 7층 전망탑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본지 11월18일자)발표로 성주와 합천 양 주민들간에는 가야산 골프장 건설과 산 정상 다툼에 이어 세번째 힘 겨루기에 들어갔다.

성주군이 지역 관광개발을 위해 도비와 군비 20억원을 들여 내년에 전망탑 건립과 공원 조성방침을 지난달 전격적으로 밝히자 합천쪽은 역시 가야산 환경보존을 이유로 극력 반대하고 나선 것. 양측의 대립은 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1년부터 10년 넘게 계속된 백운리 가야산 국립공원내 골프장 건설문제를 놓고 백운리와 야천리 주민들은 첨예한 갈등·반목양상을 보였다.

급기야 법적소송으로까지 번져 지난해 대법원 최종판결로 골프장 건설은 백지화돼 1라운드는 야천리 주민들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양쪽 주민들의 골프장건설 찬반대결은 급기야 성주와 합천 전역으로 비화되고 해인사까지 반대운동에 가세했다.

백운리에서 벌 농장과 식당업을 하는 박세경(45)씨는 "당시 합천쪽의 집단반발과 행동으로 골프장건설이 물거품돼 백운리 주민들은 지금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그 앙금이 남아있다"며 옛날을 되새겼다.

그는 또 "이번 전망탑의 경우 이미 과수원으로 조성돼 가야산 훼손도 없는 만큼 야천리 주민을 비롯한 합천쪽 반대는 '반대를 위한' 억지로 볼 수밖에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합천포럼 문준희(46) 대표는 "오히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갖춘 '명산'인 만큼 개발 보다 보존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목 조목 강하게 반박했다.

문 대표는 또한 합천과의 접경 지역에 7층 높이의 전망탑을 건립하고 대규모 공원을 만들겠다는 성주군의 발상은 앞으로 가야산을 관광특구로 지정, 독점 개발하려는 의도라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갈등의 2라운드는 가야산 정상을 놓고 지난 99년부터 벌어졌고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다.

99년부터 백운리 주민들은 '칠불봉 정상찾기' 운동에 나서 2000년 가야산 정상임을 알리는 '칠불봉' 표주석을 세웠다

합천쪽에서는 철거를 요구하는 등 감정적 대립이 증폭됐다.

갈등은 올 4월에야 끝났다.

결국 정부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이 올 4월 '가야산 정상은 칠불봉(성주)으로 상왕봉(합천) 보다 2.6m 높은 1천432.4m'라고 최종 판정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티격태격 두번의 싸움처럼 전망탑 건립을 둘러싼 3라운드도 이전투구식 전쟁이 점쳐지고 있다.

백운리 중기녹색마을 서봉래(61) 대표는 "군과 지역인사 및 주민대표들이 참여하는 전망탑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건립을 관철시켜 성주의 관광명소와 명물로 만들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합천군 청년연합회 정충열(43) 고문은 "전망탑은 가야산 관광특구를 만드려는 전초전인 만큼 건립이 구체화되면 해인사와 환경단체 등과 연계해 공동 저지할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성주군의 전망탑 건립 발표 이후 열린 불교계, 학계, 지역주민 대표 등 14명으로 구성된 가야산국립공원 관리협의회에서도 성주지역 인사들은 '개발논리'를 편 반면 합천 인사들과 해인사측에서는 명산보존을 강력 주장했다.

가야산을 둘러싸고 백운리와 야천리간 마을 분쟁이 성주·합천간 사활을 건 큰 싸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정작 산을 관리하는 국립공원 관리공단 가야산사무소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야산사무소 김경출 관리과장은 "양쪽 동네주민들은 농촌에서 오순도순 서로 위로하고 정을 나누는 이웃 사촌이 아니라 서로 서먹서먹하고 일부는 적대감까지 표시해 안타깝다"며 "전망탑 예정지가 국립공원지구내인 만큼 성주군의 협의가 들어오면 '법대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사무소측은 성주군이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망탑 건립계획을 발표해 지역간 갈등과 분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성주·강병서기자 kbs@imaeil.com 합천·정광효기자 khjeong@imaeil.com사진: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와 합천군 가야면 야천리간 도계 지역 가야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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