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TK'는 대구·경북을 일컫는 단어가 됐다.
적어도 TK는 공간적·행정정 경계를 지칭하지는 않는 것 같다.
'TK'는 '이 시대 대구·경북이라는 행정적 경계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곤혹스러운 것은 TK라는 단어의 어감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나친 보수성과 폐쇄성, 학맥·인맥 연고주의에 함몰돼 있는 대구·경북 사람을 비하할 때 외지인들은 'TK'라는 말부터 입에 올린다.
모든 말에는 특유의 어감이 있는데 TK에는 지난 수십년간 권력의 중심에 있다 밀려난 '지는 해'와 같은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얼마 전 경북대와 대구대가 통합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이와 관련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구에는 대구대가 없고, 경북에는 경북대가 없기 때문에 통합하려 한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어원적으로 TK는 벌써 설 땅을 잃었다.
대구의 공식 영문표현은 'DAEGU'이고, 경북은 'GYEONGBUK'이다.
굳이 약자화한다면 TK가 아니라 DG인 셈이다.
대구은행도 영문명을 DGB(대구·경북은행)으로 바꾼 지 오래다.
도대체 TK라는 국적 불명의 알파벳 약자 말고 대구·경북을 아우를 만한 말은 없을까. 그러나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영남(嶺南)이라는 단어가 1순위로 올라오지만, 부산·경남 역시 영남인 만큼 적확한 표현은 아닌 듯하다.
말이란 필요한 만큼 있기 마련이다.
에스키모어에는 눈(雪)을 표현하는 단어만도 20개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대구·경북을 통칭하는 단어가 없다니…. 과연 대구·경북은 하나라고 할 수 있을까.
대구·경북은 한 뿌리이고 지역민들의 정서적인 유대감도 그 어느 지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대구·경북 통합론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으며, 대구시와 경북도 두 광역자치단체 간의 유기적 공조와 협력 체계의 필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 간에는 미묘한 경쟁 기류가 있다고 느낄 때가 많다.
두 지자체는 대구·경북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기보다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라이벌 의식을 지닌 듯하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유기적 협력·공조는 '구두선'(口頭禪)이나 말장난, '보도자료용'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TK는 없다
이제 TK란 말을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보냈으면 하는 작은 소망 하나 가져본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은 새로운 이름과 이미지를 찾았으면 한다.
이참에 국어학자분들께 부탁한다.
TK를 대신할 만한 적절한 우리 말 좀 찾아주십사 하고…. 김해용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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