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으로 구성된 침산조기축구회의 가장 큰 고민은 '안경 쓴 회원들'이었다. 회원 가운데 8명이 안경을 쓰고 있어 툭하면 경기중단 사태가 빚어지기 일쑤였다. 과격한 몸싸움 속에서 안경다리 부러지는 일이 속출했다.
하지만 이번달부터 경기중단 사태에 마침표를 찍었다. 부러지지 않는 것은 물론 흘러내리지도 않는 '요술안경'을 찾았기 때문이다.
안경업계는 이런 종류의 안경을 '기능성 안경'이라 부른다. '대구 안경'이 기능성 안경 개발로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안경에 요술을 걸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패밀리비전센터'. 5명의 직원이 담당하는 안경조립라인은 벌써 한달째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네덜란드로부터 수주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남들은 불황이라 일감이 없다는데 저희는 화장실 갈 틈도 없답니다." 조립라인 사람들은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네덜란드로 스포츠용 특수 안경테인 '스포맥스(Spomax)' 6천30개(5만달러어치)를 보낸다. 스포맥스는 렌즈 착용이 불편한 스포츠 애호가나 군인들을 위해 개발된 것. 360도 회전 가능한 다리연결부에 실리콘 코받침 등을 적용, 안경테가 부러지지 않는 것은 물론 흘러내리지도 않는다.
코스닥 등록업체인 (주)미광콘택트렌즈. 각막을 자극한다는 약점이 있었던 컬러렌즈의 부작용을 완전히 극복한 제품을 개발, 국내 '미용렌즈'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반짝이·형광·야광 콘택트렌즈 등 다양한 기능의 콘택트 렌즈를 개발했고 최근에는 눈에 눈물이 맺힌 것처럼 보이는 '눈물렌즈'를 선보였다.
2001년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안경테로 실용실안을 받은 (주)반도광학. 최근 안경착용자의 얼굴 굴곡을 기억, 착 붙는 느낌을 주는 안경테를 개발했다. 아무리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는 기능도 가미했다.
이 회사 역시 360도 회전안경을 출시했고 나노실버 안경 등 기능성 안경도 잇따라 개발했다. 총 매출에서 기능성 안경이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끌어올리면서 매년 30% 정도 성장하고 있다.
◇대구 안경의 갈 길
지난달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능성 안경 특허출원건수는 지난해 46건으로 1998년의 21건보다 무려 두배 이상 증가했다.
과거 단순한 시력교정도구 역할에 머물렀던 안경에 대해 소비자들이 더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연구개발을 게을리할 수 없다는 숙제를 안게 됐고, 그 결실은 '부러지지 않는 안경' '흘러내리지 않는 안경' '내 눈을 아름답게 만드는 콘택트렌즈' 등으로 맺어졌다.
김수복 (주)미광콘택트렌즈 이사는 "미용과 시력교정을 동시에 충족시켜야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이러한 추세에 맞춰 2001년부터 매출액의 약 3%를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고 말했다.
박대윤 패밀리비전센터 대표는 "평범한 안경으로는 가격면에서 중국산에 밀리기 때문에 외국 바이어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어떤 기능성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가 대구 안경 생사의 갈림길"이라고 했다.
임중규 (주)반도광학상무는 "한 달 평균 30개의 신모델을 출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광학조합에 따르면 모델당 시장 회전주기는 평균 6개월 미만으로 1990년대에 비해 3개월 정도 빨라졌다. 모델당 생산량도 평균 400∼500개로 적어졌다. 대구 안경이 갈 길이 어디인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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