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代 첫 국회, 不信이 망치다

오늘로 17대 첫 정기국회는 끝이다. 상정-재상정의 난장판 속에 4대 입법인지 4대 악법인지는 그대로 있다. 통과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900개의 법안도 그대로 있고, 각 상임위에서 무려 3조3천억이나 부풀려진 예산안도 그대로 있다. 오늘밤 통과된다면 그 예산은 그야말로 엉터리다.

첫 정기국회를 만신창이로 만든 책임-야당폄하 발언으로 국회를 보름이나 공전시킨 이해찬 총리와 안택수 의원, 날치기 상정의 주인공 최재천 의원, 국보법 강행'유보에 왔다리갔다리한 천정배 원내대표, 이 판국에 '노동당원' 논쟁이란 폭탄을 던진 주성영 의원 등등에게 본란은 '빠떼루'를 몇 개씩이라도 먹이고 싶다.

여'야 간에 깊이 파인 이 불신, 어찌할 것인가. '국보법 연내 처리 유보'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했던 여당은 다시 하룻밤 자고 나더니 국보법 폐지안 재상정을 시도했다.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소집하자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다. 유보면 그냥 유보지… 집권여당의 정치 수준이 이 정도니 불신의 골이 더 파이는 것이다.

이 와중에 한나라당은 난데없이 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과거-'북한 노동당원설'을 들고 나와 싸움판을 더 키워놓았다. 초 읽기에 몰린 예산안 심의로 과속하고 있는 한나라가 왜 색깔론을 불지펴 시끄럽게 만드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그의 노동당원 전력(前歷)이 맞고 안 맞고는 둘째 치자. 이 판에 한나라당의 색깔 시비는 아무래도 전략 부재다. 내놓으라는 국보법 대안(代案)은 안 내어 놓고 '과거' 물고 늘어지기만 계속한다면 이 또한 명백한 정치무능이다.

열린우리당은 '여야 합의 없는 국보법 폐지 반대'여론을 인정하고 그 처리를 내년으로 확실하게 미루는 게 마땅하다. 한나라당도 오늘 예산심의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끝내지 말고 임시국회 소집에 응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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