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民生 파탄'에 '親日 규명'이 급한가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조사 특별법'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보면 도대체 이 정권이 진정한 민심의 소재를 알고나 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지금 우리 경제는 거의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민들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허덕이고 있다.

또 그 고통의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더라도 수년 내에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지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길게는 100여년 전의 친일 행위를 규명하는 게 그리도 급한 일인지, 정부 여당 스스로도 지각이 있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 무슨 일이든 선후(先後)가 있게 마련이다. 하물며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국정 운영에선 더더욱 이 선후의 선택이 나라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결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친일 진상법'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내년부터 4년여 동안 '친일 규명 조사'에 들어간다면 이 나라는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수만 명에 달하는 친일행위자들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공방전으로 국론 분열에다 급기야 동네나 집안 싸움으로 번져 그 후유증은 한마디로 광풍(狂風)이 될 것이다.

이 법안을 추진한 여당의 김희선 의원 부친 문제 한 건만으로도 '독립군이다' '친일분자다'로 갈려 거의 태풍을 방불케 한 '싸움'으로 번졌던 게 그 단적인 증거가 아닌가. 보혁(保革)의 이념 갈등의 대결 구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게 틀림없다.

이런 판국이 전개되면 민생 경제가 정치권의 눈에 보이겠는가. 따라서 이 법이 확정되더라도 조사 자체를 일정 기간 유보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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