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초제조창 부지놓고 대구시와 중구청 동상이몽

대구 중심부의 노른자위 땅으로 남아있는 대구 연초제조창(중구 태평로3가)부지 활용문제가 행정기관 사이에 의견을 달리한 채 시의 예산확보 문제로 수년째 아무런 대안도 없이 표류하고 있다.

대구시는 1만2천여평에 이르는 이곳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지만 중구청은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을 원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해결책도 없이 장기간 방치되다보니 바로 옆 자갈마당을 비롯한 인근 주택가도 재개발 등에서 배제된 상태이고, 주민들도 일관성없는 행정을 비난하고 있다.

당초 이곳 부지의 활용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 99년 6월. 땅주인인 KT&G(옛 담배인삼공사)가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구 연초제조창을 폐쇄하면서 비롯됐다.

대구시는 같은해 이 땅에 대해 공기업용지이며 교통혼잡지역이라는 이유로 공원부지로 지정하는 도시계획안을 확정했다.

KT&G측이 사유재산 침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지난 2002년 12월 대구시가 대법원 판결로 최종 승소했다.

대구시의 공원부지 지정은 성사됐지만 여전히 땅 소유권은 KT&G가 갖고 있다.

결국 공원으로 조성하려면 대구시가 세금으로 땅값을 치르고 사들여야 하는 것.

그러나 현재 대구시의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공시지가만 평당 230만~250만원에 이르는 이 땅을 사들일 여력이 없다.

시 환경녹지국 관계자는 "건물 등에 대한 보상비를 제외하고 순수 땅값만 해도 270억원이 넘기 때문에 공원 조성계획만 있을 뿐 더이상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공원으로 만들고 싶어도 부지 매입비가 예산배정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어 보상협의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은 낙후된 인근 지역 개발을 위해서라도 공원보다는 아파트 부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재원 중구청장은 "주민들을 고려, 주상복합아파트 부지로 개발하기 위해 시측에 용도변경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며 "중구에 국채보상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 등이 있는데 추가로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했다.

다만 아파트 부지로 조성해도 3천평 정도 공원부지로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부지는 KT&G 대구지역본부가 입주해 수급기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 건평의 5분의 1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지하철 방화참사 희생자 추모묘지로 조성하려 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한 주민은 "가동을 중단한 거대한 제조창 건물이 수리도 안된 채 수년째 방치돼 있다보니 동네 전체가 을씨년스런 분위기로 변했다"며 "하루 빨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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