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영화 '존(John) Q'를 본 적이 있다.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내 아들을 살려내라'는 세상을 향한 분노와 뜨거운 부성애를 느꼈을 것이다.
상업적으로 유효한 영화의 요소(분노와 부성애)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영화의 문외한인 기자가 어줍잖게 웬 영화이야기를 하느냐고 타박부터 하지 마시길 바란다.
영화평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 스크린에 비친 의료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기자는 '존 Q'를 보면서 뭉클한 감동을 억누르면서 스크린에 비친 비인간적인 의료현실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 영화는 곧 멎을지도 모르는 아들의 심장을 이식 해주기 위해 인질범이 된 아버지 존 퀸시 아치볼드(덴젤 워싱턴)의 이야기이다.
공장 노동자인 그는 집세가 밀리고, 자동차 할부금 납부 독촉에 시달리는 미국의 흑인 하층민이다.
세상이 원망스럽고 짜증스럽지만 보디빌더가 꿈인 아들 마이크를 보면서 삶의 의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야구장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아들에게 심장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억대가 넘는 심장이식 수술. 존은 보험은 물론 정부지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총 한 자루를 들고 병원 응급실로 쳐들어간다.
그의 요구는 아들을 심장이식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려달라는 것.
그는 병원 응급실을 '접수'한다.
경찰과 대치 중이면서도 병원을 찾은 응급 외상 환자는 받아준다.
그러나 외과 의사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며 죽어 가는 환자의 수술을 거부한다.
그 의사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수술이 잘못됐을 경우에 따른 법적 문제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보다못한 존은 의사에게 수술을 '명령'한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환자는 생명을 건진다.
존은 인질 몇 명을 풀어주고, 그 인질들의 입을 통해 존의 행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병원 관계자는 이에 감동해 대기명단에 올려주는데 존은 이 사실을 모르고 총으로 자살한 뒤 자기 심장으로 아들을 살리려고 한다.
안전핀에 걸려서 총알은 발사되지 않아 그는 살게 되고, 아들에게 맞는 심장이 발견돼 이식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는 인질범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존이 응급실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시민들은 환호한다.
인질범이 아니라 마치 영웅을 맞는 것처럼. 보험에 속고, 돈이 없어서 병원에서 주눅들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존의 편이 될 법하다.
세계 최강의 대국인 미국에서도 4천여만명이 국가지원이나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이해할만한 대목이다.
우리나라 의료체제도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이로 인한 높은 환자 부담률,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 등으로 위기 상황에 놓였다.
이렇게 방치하다 한국판 '존 Q'가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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