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늘 찌르는데 세금 듭니까?"

"하늘 찌르는데 세금 듭니까? 대구에도 초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서야 합니다."

대구에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주택사업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초고층 빌딩 건설로 대구 스카이라인을 바꿔 도시 자부심을 높이자는 얘기다. '도시 마케팅'으로 경제적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지금 대구 최고는 30층

인근 부산만 하더라도 신축 건물들이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높이높이 올라가고 있다. 세계 최고 높이의 465m짜리(107층) '제2 롯데월드' 빌딩이 2005년 완공 예정으로 건설 중이다. 당장 이달에는 포스코건설이 해운대구 센텀시티내에서 60층 높이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 건설에 들어간다. 2009년 3월 완공될 이 건물은 지하 5층에 지상 51∼60층 짜리 3개동으로 구성되는데 부산에서 지금까지 분양된 아파트 중 최고층이다.

그러면 대구는 어떤가? 결론적으로 경제여건이나 도심 도로여건, 대로변 개발상황, 사무실 공실률 등을 감안할 때 당장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긴 어려울 것이란 게 당국과 업계 전망이다.

현재 준공된 건물로 대구 최고의 키를 자랑하는 것은 올해 6월 준공된 달서구 용산동 옛 50사단 터의 '롯데캐슬 그랜드'아파트로 지상 30층이다. 그 전에는 중구 덕산동 삼성금융플라자 빌딩이 25층(109m)으로 가장 큰 키였다.

현재까지 건축허가가 난 건물 중 가장 높은 건물은 중구 대봉동 옛 대구상고 터의 주상복합 '센트로팰리스'로 지상 43층이다. 그 다음은 42층(주상복합)의 북구 침산동 '드림월드'와 수성구 두산동 '트럼프월드'다.

아파트의 경우 1990년대까지 인·허가된 것만 해도 15층 내외에 그쳤으나 2000년대 들어 20~25층으로 성장했다. 상업지역에 건축되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는 40층 내외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스카이라인이 단조로움에서 탈피, 어느 정도 율동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에서는 최근 30층대 아파트와 40층대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이 여기저기서 추진되고 있어 오는 2010년에는 도심 스카이라인에 상당한 변혁이 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대구 건물높이의 한계는?

그러면 대구의 최고층 건물 높이의 한계는 얼마일까? 부산처럼 60~100층 건물이 여기저기에 들어서 도심의 스카이라인을 확 바꿀 수 있을지가 도심미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커다란 관심거리가 되고 있지만 여러가지 요인들이 대구의 초고층 빌딩 신축을 가로막고 있다.

대구시는 산을 비롯해 그린벨트·강·유원지·문화유적지·군사시설 주변이 아닌 곳에서는 특별히 건물 높이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지역 총생산이 전국 최하위인 등 경제기반이 취약한데다 갈수록 경제규모가 축소되는 게 문제다. 도심상권이 쇠퇴, 공간 수요가 줄어들면서 빌딩의 공실(空室)률이 30~50%대에 이르러 신규 빌딩을 건축하려는 기업이나 건축주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내에 자리한 중소형 빌딩 대부분이 1층에 음식점, 나머지 층에 입시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행태에서 지역의 빌딩시장 불황을 엿볼 수 있다.

도로여건 등을 감안해 교통영향평가심의에서 높이를 엄격 제한하는 것도 초고층 빌딩 탄생을 막는 한 요인이다.

또한 건축법은 건물의 최고높이를 전면 도로 너비의 1.5배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노선상업지역(폭 25m)에서는 전면 미관지구 건축후퇴선 3m와 인접대지 경계선과의 이격거리를 감안하면 건축물을 건축할 수 있는 최대 너비가 20m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이 규정을 적용할 경우 대구에서 가장 너비가 큰(70m) 동대구로에 접한 경우 최고 105m까지, 40층 내외의 건물만 지을 수 있다.

다만 대로에서 후퇴해 지을 경우에는 높이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범어네거리 부근에서는 50층에 육박하는 빌딩 신축이 추진되고 있고, 인접 도로 너비가 30m밖에 안되는 옛 대구상고터에 43층 짜리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국토법상 용도지역별 용적률, 건폐율, 층수, 용도 제한, 주거지역에서 남쪽으로 인접한 건물과의 거리보다 2배 이상 높은 건물을 금하고 있는 등의 '일조권' 등으로 인해 초고층 빌딩을 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초고층 빌딩은 도시의 얼굴이자 경쟁력

업계는 초고층 빌딩이 지역 상징성을 띠는 것은 물론 도시의 얼굴 역할을 하며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경제적 공익적 측면을 감안, 초고층 빌딩 인·허가와 유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현재 최고층이 40층 내외에 그치고 있는 주상복합 건축물을 50~70층으로 높여 건축허가를 해 상징적인 건축물을 내세운 관광, 외국기업 유치 등 경제효과를 노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구라고 해서 100층 이상 빌딩이 들어서지 못할 이유는 없다. 땅을 넓게 잠식하기보다는 공중을 높이 차지하는 그런 건물을 많이 지어 도시 미관을 새롭게 하고 도시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